(이미지 출처: 인터넷 교보문고)
요지는 간단.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읽으면 좋은지에 대한 거다. 그래. 구구절절 옳은 이야기인 거 알겠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타깃층이 모호하다는 것. 우선 나처럼 강박적으로 책 읽기를 생활화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강제하는 유형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들이지 싶다. 새로울 게 없다는 뜻이다. 이미 충분히 책 읽기의 목적과 장점들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데, 이를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해봤자 달라지는 건 별로 없지 않을까? 언제나 문제는 실천이다, 실천.
또한 책 읽기에 강박적이지 않거나 혹은 의욕/동기가 별로 없는 이들에게 얼마나 읽힐지도 사실 모르겠다. 책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책으로써 책 읽기를 권한다? 이건 마치... 김치를 싫어하는 아이에게 김치가 맛은 물론 건강에도 좋다며 일단 먹어보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는지.
개인적인 생각이기는 하나, 책 읽기는 습관의 문제다. 해당 행위에 얼마나 길들여져 있는가의 문제라는 이야기다. 책에 대한 애정도 중요하고 책 읽기를 통해 얻는 기쁨이 무엇인지 맛보는 것도 중요하지. 그렇지만 책을 읽는다는 건 언제나 즐겁고 기쁜 일만은 못 된다. 킬링 타임용 글을 읽는 건 예외로 두더라도, 대체로 책 읽기는 쉽지 않다. 우선 시간을 들여야 한다. 요즘같이 시간 보낼 도구들이 많은 세상에 조용히 자기만의 세계로 들어가 단어를 곰씹고 행간을 상상하면서 읽는다는 건 기회비용을 따지지 않을 수가 없는 행위다. 어디 그뿐인가. 이해가 되지 않는 지점을 뛰어넘기 위한 고통도 때로는 겪어야 하고, 스스로의 무지에 가끔 좌절도 해보고, 그러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하는 게 책 읽기다. 고통을 감내해야만 한다는 거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때문에 어느 정도는 습관처럼 몸에 배어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결국,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하나다. 책 읽기를 왜 해야 하는지, 어떤 좋은 점들이 있는지 따지지 말고 우선 닥치는 대로 읽어야 한다. 그래서 길들여져야만 한다. 나름의 기준에 따라 옥석을 가리는 건 그 다음 문제다. 읽다 보면, 그만큼의 의문과 생각, 고민들이 생겨나고 이는 다시 더 많은 책 읽기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누군가가 권한다고 해서 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건데... 그러면서도 나 역시 이 글을 통해 책 읽기는 이러해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구나. orz.
어쨌든. 상당히 좋은 책임에는 틀림없지만, 실효성에는 살짝 안타까움이 생기는 책이었다. 그렇지만 저자(이권우)가 다치바나 다카시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류의 책을 내신다면 참 좋겠다. 책 읽기에 대해 이 정도의 애정과 책임감을 갖고 있는 분이 쓰는 것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
덧) 나 같이 게으른 블로거에게도 아낌없이 책을 보내주신 그린비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
'책 읽는 토양이'라는 블로그 타이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작 그리 많은 책읽기를 하지 않는 토양이의, 자기반성 차원 포스트. 연말이 되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다가 스스로의 책 읽는 습관 내지 방법을 되새겨 둘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아래에서 이야기하게 될 것들은 나 나름대로의 책 읽는 방법(혹은 기준)들 몇 가지인데, 사실 나도 생각은 이렇게 하고 있으면서 비교적 잘 지키고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들이 있다. 내년에는 좀 더 나아진 책 읽기를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정리해 봤다. 상당히 주관적인 방법들이겠지만 어디까지나 '정리' 차원임을 다시 한 번 밝혀둔다.
1. 국어사전을 무시하면 안 된다.
사전, 하면 외국어용 사전을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우리말을 제대로 이해한 상태에서 책을 읽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의미 단위를 분명하게 새겨가며 읽는 것과 '아마 이런 뜻일 거야'하는 수준에서 넘겨짚고 읽는 것은 결과물이 다르다. 단적인 예로 다음과 같은 단어의 차이를 구별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자.
적확함 / 정확함
방증/ 반증
피란/피난
내가 지금 예로 든 게 다 한자어인데, 우리말은 생각보다 한자어를 많이 사용한다. 인문/사회과학 서적인 경우엔 더욱 그러하고. 그렇지만 별 차이 없겠지 하는 생각으로 두루뭉술하게 넘겨짚으면서 글을 읽는 습관은 버려야 한다. 더군다나 어디 한자어뿐이겠는가. (얼마 전 모 블로그(?)에서 '닝닝하다'과 '밍밍하다'을 두고 댓글 논쟁이 벌어진 것으로 아는데, 국어사전에조차 올라 있지 않은 단어를 쓰면서 이에 이의를 제기한 이들에게 의미 구분도 못 한다고 면박 주는 주인장의 카리스마(!)란.)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서도 얼마든지 검색이 가능하니 자주 이용합시다!
2. 메모를 하자.
메모라고 해서 크게 어려운 건 아니다. 그저 책을 읽어가면서 페이지 당 핵심 키워드를 정리하면 훨씬 이해가 쉽다. 나는 샤프펜슬 같은 걸로 (연하게, 자를 이용해서-_-;;) 페이지 옆의 빈 공간에 키워드들을 정리해가며 읽곤 하는데, 시간이 지나 그 책을 다시 훑어보게 될 때 이 키워드들이 생각보다 도움이 될 때가 많다. 무엇보다 책이 담고 있는 주제들에 대해 집중하게 된다는 점에서 나름 추천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시간이 좀 걸리기는 하지만 텍스트를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데에는 도움이 된다. 대학교 때 어떤 선생님이 '매 페이지마다 두 단어로 핵심을 정리'해두라고 하셨던 데에서 시작된 습관인데, 사실 나도 모든 책에 메모를 하는 건 아니어서 반성 중.
3. 페이지가 아닌, 챕터별로 읽자.
하루의 상당부분을 책에 투자할 여유가 없기 때문에, '오늘은 몇 페이지 읽어야지' 하는 식으로 다짐하게 되곤 하지만 '페이지'가 아닌 '챕터'로 단위를 나누어 읽어나가는 게 더 좋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인문/사회과학 서적들은 대체로 기승전결 구도가 뚜렷하고, 이러한 구도는 소단락에서도 적용되기 때문에 페이지별로 끊어 읽을 경우 제대로 연결이 되지 않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이렇게 되다 보니 책 읽기에 대한 욕구도 점차 줄어들고 말이지. 훌륭한 텍스트 모두가 그러한 것은 아니나, 잘 쓴 글들 대부분은 전체적인 구조가 마치 생물과도 같기 때문에 글의 유기적인 구성을 이해하며 읽을수록 좋음.
4. 목차를 꼼꼼히 보자.
목차를 보면 책의 얼개를 대충은 상상해볼 수 있는데, 이걸 미리 해 둔 상태와 그렇지 못한 상태의 책 읽기는 제법 차이가 난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대화를 할 때 그 사람에 대해 간략한 정보를 알고 시작하는 대화와 아예 모르고서 하는 대화가 같을 수 없듯이. 바로 위에서 언급한 '챕터별 읽기'와 맥락을 같이 한다. 책을 읽기 전에 목차를 보고, 1분 정도만 상상해도 훨씬 재미있는 책 읽기를 할 수 있다.
5. 주석과 참고문헌도 예뻐해 주자.
사담인데, 학부 졸업논문을 썼을 때 내가 논문에 달았던 주석이 100여 개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주석의 6~70%가 사료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였지만 그거 다느라 진짜 죽을 뻔 했다. (내가 나온 학과는 졸업논문을 제대로 쓰지 않으면 학교 밖으로 방출해주지 않았다.-_-) 이후 대학원에서 텀페이퍼 등을 쓸 때도 전공 특성 상 주석을 꽤 많이 다는 편이었는데, 그러다 보니 저절로 주석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주석은 본문의 흐름을 해칠 우려가 있고 또 실제로 그러하지만 글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좀 더 풍부한 읽기를 위한 존재라는 이야기. 참고문헌도 마찬가지여서, 관련 내용에 대해 더 알고 싶다거나 깊이 공부하기를 원할 때 요긴하므로 본문과 대등한 중요도를 갖는다고 생각하는 게 편하다.
6. 시간에 연연해 하지 말자. 그렇지만, 되도록 오래 읽기.
일전에 히라노 게이이치로우(히라노 게이치로)의 '슬로우 리딩'에 관한 북리뷰를 쓴 적도 있지만, 글쎄, 슬로우 리딩/패스트 리딩으로 독서법을 굳이 구분해야 할 이유가 있나 싶다. 개인적으로는 해당 책에 투자한 시간만큼 이해도도 높았고 기억도 오래 가나, 슬로우 리딩만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내가 시간을 들일 만큼의 책인지부터 먼저 가려야 할 거고. 인쇄되어 나왔다고 해서 책이 다 '책'은 아니니까. 그렇지만. 책은 저자와 나의 대화를 열어주는 메신저 창과도 같다. 특정 정보만을 쏙쏙 뽑아갈 용도가 아니라면, 가급적 공을 들입시다.
개인적으로는. 위에서 말한 것들 다 안 지켜도 이거 하나만은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텍스트를 읽고 난 후 어떤 내용이었는지, 어떤 생각을 하며 읽었는지, 내용에 대한 본인의 의견은 어떤지 등등을 그냥 편하게 정리하면 되는 것 같다. 하다못해 한 두 줄 정도의 단평이라도 상관없고. 그래도 가급적 최소 한 문단 분량 이상으로 정리하는 게 좋다. 읽었던 것을 스스로 되새겨보는 것만큼 해당 텍스트를 소화시키는 작업도 없지 싶다. (그런 의미에서 북로그는 꽤 유의미한 도구인 것 같다.)
다 써놓고 보니 뭐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이야기들이라 날로 먹는 포스트인가 싶다. 이거야 원..; 어쨌든 2009년도에는 이 기준들을 잘 지켜가면서 책 읽기를 할 수 있었음 좋겠다. 그나저나 내년도 목표 중 하나는 소장하고 있는 책들을 정리해서 나름의 서지번호를 작성하는 것인데, 가능할라나 모르겠다. -_-;;
2. 이 와중에 번역을 시작했다. 일본 서적이고 '웹심리학'이라는 제목의 책인데, 짠이아빠님과 공동으로 작업하고 있다. 만날 딱딱한 학술서적/논문들만 번역하다가 이렇게 말랑말랑한 어조의 실용서를 번역하고 있으려니 왠지 기분도 덩달아 말랑말랑해지는 듯. 오랜만에 일본어에 제대로 푹 파묻혀 있어서 매우 행복한 요즘이다. 그러고보니 일어로 대화 못 해 본 지 반 년. 혀에 거미줄 치겠다. (우웩;)
3. 또다시 블로그 정체성에 약간의 고민이 생기고 있다. 구독자분들이 늘어나다 보니 "쓸데없는 신변잡기적인 얘기"를 쓰는 게 초큼 두렵다, 는 게 고민이다. 아마도 구독자분들 중 상당수는 책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블로그 구독을 하는 게 아닐까 싶은데, 기대를 저버릴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래도 이건 내 블로그잖아!(orz)'하는 생각도... 다른 분들 보면 두 가지를 절충시키면서 블로깅 잘 하시던데, 왜 난 그게 잘 안 될까? ...뭐, 그 분들은 매우 왕성히 활동하고 있어서 중간중간에 개인적인 이야기가 들어가도 묻히는 거겠지만;; 결국 결론은 열심히 블로깅을 해야 한다는 것. -ㅅ-;
4.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와서. 암튼 요새 읽고 있는 읽으려고 하고 있는 책들은 다음과 같다.
-움베르토 에코, '추의 역사'
-마크 스쿠젠, '이코노파워'
-이권우, '호모부커스'
-에릭 와이너, '행복의 지도'
그리고 곧 배송될 몇 권. 주경철 선생님께서 쓴 '대항해시대'도 얼마 전에 샀는데, 이건 심각히 정독하고 싶은 책이라 당분간 기약 없을 듯 하다. (한숨)
5. 위드블로그 베타 테스터로 선정되어서 책 한 권을 받았는데, 수령인 이름이 '토양이'다. 모르긴 몰라도 택배기사분께서 꽤나 웃으셨을 듯. 0_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