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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해당되는 글 62건
2010/07/17 00:27
이 책, 정말 나쁜 책이다. 어쩌면 이렇게... 잔인하고도 집요하게 사람속을 바닥까지 파헤쳐놓을 수 있나. 읽으며 몇 번이고 책장을 덮었다 펼쳤는지 모른다. 울기도 많이 울었다. 너무 괴로워서 그만 읽을까 싶은 순간들도 있었다. 이 책을 끝까지 읽기란, 정말이지 자진해 고문을 당하는 것과도 같았다. 

순수 박물관 1 - 10점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민음사

"한 여자와 만나 44일 동안 사랑하고, 339일 동안 그녀를 찾아 헤맸으며, 2,864일 동안 그녀를 바라본 한 남자의 30년에 걸친 처절하고 지독한 사랑과 집착"이라는 뒷표지 소개글처럼, 이 책은 주인공 케말의 인생 중 30년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 30년이 케말의 전부다. 그러니까 케말의 세계는 그녀, 퓌순으로 구축되었고, 완성되었고, 나아가 유지되었다. 퓌순이 아니고서는 케말을 정의할 수 없는 거다. 타인이, 당신이, 내 인생의 동력일 수 있다는 거다. 그 아무리 아프다고 해도. 그 아무리, 짓밟힌다 해도. 

순수함이란, 닿을 듯 말 듯 하면서도 절대 내 것이 되지는 못할 무엇을 간절히 열망하고 꿈꿀 때에나 가능한 게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아마도, 우리는 순수함을 '획득'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달리기'를 할 수는 있어도 가질 수는 없는 것처럼. 그 과정 속에 있을 때여야 이따금씩 잠시, 품어볼 수는 있겠지.  

적어도, 그 누군가를 쥐어짜듯 갈구해본 경험이 있다면. 아마 당신에게도 고통스러운 책이 될 수 있겠다. 아울러 조금은 지리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2,864일 동안의 기록이야말로 이 소설의 가장 아름답고 서러운 부분이니, 부디 공들여, 꼼꼼히, 읽어주었으면.
그리고 한 번쯤은, 잠시라도,
나를 떠올려주었으면.

     

2010/07/01 11:04
일본공간 Vol.7
도요타 사태를 기획특집으로 내걸었는데, 필자/내용 모두 썩 만족스럽지는 못했음. 존재 자체는 소중한 잡지이긴 한데, 뭔가 분명한 콘셉트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읽을 때마다 부족한 느낌. 개인적으로는 계간지로의 전환을 고려해봤으면 하는 생각도 들지만, 독자가 요청할 수는 없는 사항이니. 

일본공간 2010.5 - Vol.7 - 6점
국민대 일본학연구소 엮음/논형


강의 죽음
구구절절 옳은 이야기. 다만 분량이 너무 많고, 소재 역시 다양하지만 결국 메시지는 하나라서 지루한 감도 있다. 정치적인 주제(적어도 일단 한국만 놓고 보자면)를 다루는, 이런 류의 책이 갖는 치명적인 결함은, 결국 그 어느 쪽도 변화시킬 수는 없다는 것. 그래도, 4대강 사업 예찬론자들에게 맞설 논거들은 듬뿍 담겨 있다. (..맞선다고 하여 달라질 놈들이 아니겠지만.)

강의 죽음 - 8점
프레드 피어스 지음, 김정은 옮김, 이상훈 감수/브렌즈


정의란 무엇인가
미국과 일본에 이어 한국에도 상륙한 마이클 샌델의 책. 그래, 인문학으로 장사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지! 인문경영이니 인문스펙이니 하는 짜치는 기획들에 질려 있던 참에,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음. 아, 이 책 내지 저자를 폄훼하려는 것은 절대절대 아니다. 뭐랄까, 플라스틱으로 만든 조잡한 칼로 어설프게 칼싸움(코스프레일 수도 있겠다)하는 걸 보다가, 간만에, 나름의 진검을 꺼낸 승부를 보는 느낌. 물론 '하버드대 교수'라는 후광도 무시할 수는 없겠으나, 인문학과 대중의 접합 지점을 잘 짚어낸, 괜찮은 책이다. 미국은 정말 싫지만 학적 풍토는 참으로 부럽기 짝이 없구나.

정의란 무엇인가 - 10점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김영사


바람의 그림자 (전2권)

초반까지만 해도 환상문학인 줄 알았는데 보기 좋게 뒤통수 맞았다. 다른 건 몰라도 정교한 인물관계 설정은 정말 놀랍다. 저자가 교묘하게 깔아놓은 복선들을 따라가며 읽다 보면 예상 외의, 그러나 한편으로는 당연한 결과의 모퉁이를 돌아 계속해서 새로운 이야기들과 만나게 된다. 간간이 김빠지게 하는 설정도 있지만 소설을 읽는 재미 이상의 슬픔과 따뜻함이 행간에 배어 있다. 그야말로 오미자 같은 소설.
다만 주인공이자 동시에 조연인 다니엘과 훌리안의 애정 관계도에는 공감하기가 힘들었.. 10대 초중반에 만난 여자(아이!)를 그렇게 오랫동안, 한결같이 담아둘 수 있는 걸까. 오히려 내겐 곁에 둘 수 없는 사람을 사랑했던, 누리아의 마음이 더 서글프게 와 닿았다. "그리고 나는 내 생애 최고의 시간이 이미 뒤에 남겨져 있음을 알았지." 이 문장에 눈길이 몇 분이나 멈춰 있었는지 모른다. 
어쨌든, 애 자체가 별볼일 없어도 좋은 아버지와 좋은 친구가 있다면 얼마든지 잘 자랄 수 있음을 새삼 깨우쳐준 책. (...응?)

바람의 그림자 1 - 10점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문학과지성사







덧1)
정의란 무엇인가 이 책, 알라딘 세일즈 포인트가 가히 ㄷㄷㄷ.
덧2) 음.
바람의 그림자 1권은 절판되었..
2010/06/24 10:53
김현의 이름을, 그의 글을 처음 안 건 몇 년 전 박물관학을 공부할 때였다. 김현과 박물관학이라. 두 단어가 사뭇 어울리지 않기는 한다만, 박물관이란 건 필연적으로 '재현'의 문제와 마주해야 하고, 푸코를 피해가기도 어렵다. 그리하여 그 유명한 벨라스케스의 그림을 다룬 김현의 글까지 읽게 되었던 것이고. 그 덕에 김현의 다른 글들도 제법 찾아 읽기는 했지만 예나 지금이나 문학 쪽엔 문외한이라 그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그저 그의 이름을 접할 때마다 드는 정체 불명의 짠함과 두근거림, 정도가 전부일, 알 수 없는 동경의 대상. 김현.

알라딘과 예스24에서 김현 20주기를 맞이해 김현문학전집 특별전을 진행하고 있다. 살까 말까. 살까, 말까. 읽는다고 해서 보다 더 가까워질 일은 없겠지만. 헛된 동경은 불필요한 소유욕만 불러올 뿐인데. 아- 그래도, 고민고민고민.

(난 알라딘을 사랑하니까, 일단은 알라딘 링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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