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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해당되는 글 51건
2010/03/10 15:55
1. 조금 전에 올렸던 포스트(라고 쓰기에도 민망한)의 핵심이기도 하지만, 블로고스피어가 조금씩 쇠락하고 있는 현상의 원인 중 하나는 '무언가 있어 보이는 것'을 써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 아닐까 한다. 트윗이나 미투 같은 게 인기를 얻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일 테고. 자주 쓰든, 가끔 쓰든, 블로깅을 한다는 건 어쨌든 부담스러운 일이다.

2. 프로젝트를 간신히 마무리지었다. 아직 몇 가지 보완 작업들이 남아 있기는 해도 끝난 것은 끝난 것. 세상이 바뀌고, 또 대단히 홀가분해질 줄 알았더니 착각도 이런 착각이 없다. 캐우울한 감정노동자로 전락했음. 타인에게 살갑게 대하는 성격도 못 되는데, 대상을 바꾸어가며 하루에도 십수 번씩 감정을 작위적으로 표현하려니 일이 점점 고되질 수밖에. (여기만 그런 것이라기보단, 어느 회사든 다 그 나물에 그 밥이겠지만.) 허나, 내 업무를 공유할 수 있는 동료 내지 상사가 없다는 건 좀 치명적인 문제다. 앞으로 계속 이렇게, 혼자서 이 일들을 해나가는 게 과연 가능할는지. (자신없음.) 적어도, 업무 면에서 신뢰할 수 있는 직속 상사가 있음 얼마나 좋을까. (와아, 써놓고 보니 '로또 맞게 해주세요'라고 적은 것 같은 느낌.)

3. 그렇기는 해도 야근이 주1회 정도로 줄어서 이제는 제법 시간이 난다. 하여, 슬슬 사람답게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에 책 몇 권을 뒤적거렸으나 『자학의 시』 말고는 모두 실패. -_-; 『정신의학의 역사』는 꽤 재미없다. 서술이 산만하기도 하고. 수업 서평감으로는 딱이겠더라만. 그리고 『동아시아 근대 이행의 세 갈래』는... 내용을 떠나서, 정말 안 읽힌다. 이 책만 그런 게 아니다. 창비의 일본어 표기는 대체 왜 그런 거지? (일본어뿐만이 아니기는 하나...) 토오꾜오, 쿄오또 등등의 표기법이 심히 거슬려서 읽을 수가 없다. 현행 외래어 표기법도 뭐 썩 훌륭한 것은 아니지만 창비의 저것에 비한다면...(한숨) 표기법 기준이 무엇인지 참으로 궁금함. 다른 곳도 아니고 창비인 만큼 나름의 기준이 있으리란 생각은 들지만, 그럴 거면 '도꾸가와' 같은 것도 '토꾸가와'라고 했어야지. 또 만약 원어에 가까운 발음 때문인 것이라면 된소리보다 거센소리가, 차라리, 일본어 발음에 가깝단 말이야. 그러면 '오렌지'는 '어린쥐'라 쓰나? 이거야 원.  

4. 『자학의 시』, 묘하게 찝찝한 만화. 1985년부터 1990년까지 연재되었던 만화이고, 아베 히로시와 나카타니 미키 주연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단다. 백수이면서 걸핏하면 밥상을 뒤집어엎고, 날마다 술을 마시며 파친코와 마작, 경마 등에 정신이 팔려 있는 남편을 지극정성으로 받드는 아내(가끔은 교묘히 다루기도 하지만), 유키에의 이야기다. 이 만화에 대해 딱히 할 말도 없는 것이, 뭐랄까, 만화가 아닌 진짜 '타인의 삶'에 쓸데없는 헛소리를 보태는 듯한 기분이 든다. 감정의 질과 내용 모두 다르지만 영화 <타인의 삶>을 보고 난 후의 기분과 좀 닮은 것도 같다. 그 정도의 몰입이 가능한 만화. (전2권)

자학의 시 1 - 10점
고다 요시이에 지음, 송치민 옮김/세미콜론

5. 역시. 나의 갈 길은 일본 오덕.


(추가 잡소리)

-학회 때문에 프랑스 간 곰돌, 선물 안 사오기만 해봐라. ** 남고로 되돌려보내줄 테다.

-블로그 방치 두 달째, 한RSS 구독자가 50명 가까이 줄었다. (그러면서 피드버너 수치는 거의 그대로인 게 신기함.) 구독자 님들, 면목없습니다. Orz.
2009/11/25 15:18
어차피 책 파 먹으며 사는 인생. 하던대로 책 이야기나 (가볍게) 써야지. -ㅅ- 별점은 (언제나 그렇듯) 그리 큰 의미는 없음.

얼마 전 논형에서 나온 '최후의 무사 신센구미'는, 재미있게 지루한 책이다. 해당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정독할 가치가 있긴 한데, '난 전공자니까(으쓱)'라는 되지도 않는 핑계를 대 가며 훌렁훌렁 읽었다. 인명과 지명 압박이 상당하고 또 그리 썩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구성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신센구미가 마치 '구시대 가치를 지키고자 분투한 집단'이라는 것과 같은 편견은 지워줄 것이다. 뭐, 이런 이미지가 생긴 데에는 시바 료타로의 소설 등이 큰 몫을 했지만 말이지. 덧붙여, 아주 간단한 소로분(候文) 일부가 실려 있어서 반가웠다. 대학원 시절에 밤새가며 막부말 사료 읽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암튼, 논형에서 나오는 일본학 시리즈는 참으로 소중하다는. ^^

최후의 무사 신센구미 - 10점
오이시 마나부 지음, 이원우 옮김/논형

발터 뫼르스의 '에코와 소름마법사(전2권)'를 이제야 읽었다. 이래서야 어디 팬이라 할 수 있겠는지. (한숨) 차모니아 세계관 가지고 참 많이도 우려먹는단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매력적인 세계임을 부정할 수도 없으니. 그런데다 그가 직접 그려내는 장면들은 뜬구름 묘사하는 듯 싶은 글에 그림자를 만들어준다. 재주꾼 같으니라고. 쳇. 

에코와 소름마법사 1 - 10점
발터 뫼르스 지음, 이광일 옮김/들녘(코기토)

'노다메칸타빌레' 작가인 니노미야 토모코의 '음주가무연구소'를 보며 꽤나 낄낄댔음. 난 니노미야 씨가 그렇게 술주정뱅이(...)에다 알콜중독(...)인 줄은 미처 몰랐다. 나같이 그저 1일1캔(맥주) 정도나 실천하는 사람에게는 넘사벽도 이런 넘사벽이 없을 듯. (굳이 넘고 싶지도 않다-_-;) 하지만 왠지, 꼭 한 번 정도는 같이 마셔보고 싶어지게 만드는저렇게 놀고 싶어지는 만화.

음주가무연구소 - 10점
니노미야 토모코 글, 고현진 옮김/애니북스


원고 마감이 코앞이다. 피를 짜내 글을 쓰는 느낌. 요샌 워낙 원고 생각만 하며 지내는데다 음침한 이야기라서 그런지 매일 밤 꿈자리도 뒤숭숭하기만. 어여 끝내고 벗어나야지. 사람답게 살고프다. (흑)


2009/09/30 03:37
퇴사 열흘째. 적당히 노닥거리면서 또 적당히 책들을 읽고, 이따금씩 사람들도 만나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지난 주까지만 해도 아침에 일어나 '당장 해야만 하는 일(그러니까 출근 준비와 같은)'이 없다는 것에 위화감을 느끼곤 했었지만, 이젠 제법 익숙해진 것도 같다. (너무 익숙해지면 곤란한데...-_-)

얼마 전, 정말 진지한 자리에서, '지난 주엔 어떤 책을 읽었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우물거리다 그냥, 읽은 게 없다고 대답해버렸다. "사실은, 지난 와우북 페스티벌에서 '아발론 연대기'를 절반 가격에 팔길래 그만, 덥석 사다가 내리 그것만 읽었더랬습니다"라고 답할 용기 따위, 나질 않았기 때문. 그런 대답에 그만큼의 용기가 필요한, 자리였던 것이라고, 애써 위안해 본다. 허기사, 문제가 되는 건 언제나 '시선'이다. 젠장. 

그래. 생각해 보면, 문학을 제대로 읽기 시작한 건 올해, 부터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적어도 '한국문학'에 국한시켜 얘기하자면, 그렇다. 그간 읽었던 문학이래봤자 거의 다 일본소설들뿐. 이유가 대체 무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답이야 뻔하지만. 감정과잉이면서도 '거리감'에 집착하는 나로선, 한국 문학들이 꽤 버겁게 느껴진다. 덤덤하게 읽을 수가 없단 말이야. 아아- 이걸 좀 고쳐야 앞으로 (글자 그대로의 의미에서) 먹고 살 수 있을 텐데.

그래도, 오늘 읽은 성석제의 '홀림'은 대단히 좋았다. 요즘의 성석제에 대해서 날선 비판을 하는 이들도 있긴 있더라만, 나는 그 정도의 의견을 낼 만큼 성석제를 읽지 못했어서 무어라 붙일 말은 없다. 허나, 기교를 자제하고서 일상의 언어만으로 '시간'을 쥐었다 놓았다 하는 통에, 그저 멈추어선 채 읽고 말았다. 거기에, '일생'이 있었다. 저마다의 '정원'을, 고이 옮겨놓은 것 같았달까. 

화분을 몇 개, 키워볼까 고민 중이다. 그렇지만 '어떤 걸 데려올까' 생각하다가도, 베란다가 제 집인 양 드나드는 비둘기들도 싫을뿐더러 내년이면 여기를 떠날 수도 있지 싶은 마음에 자꾸 망설이게 된다. 그 때에도 지금처럼 볕이 좋은 베란다가 있는 집으로 가리란 보장이 없으니, 괜히 짐만 더 늘리는 게 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을 하고 있는 나. 이렇게,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지금으로 끌어 당겨서는 불필요한 고민들까지 잔뜩 그러안고 있다가 정작 '지금 이 순간'을 놓치고 마는, 그리곤 훗날 어김없이 지나 버린 '지금'을 후회하는, 이 몹쓸 습성은 언제쯤에야 떨쳐낼 수 있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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