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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에 해당되는 글 32건
2010/07/27 00:45
존경해 마지않는 내 스승님은, 나를 가리켜 ‘타인에 대한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때그때의 감정/마음과는 별개의, ‘진짜' 관심, 이 부재하다는 것. 지독히 냉정하다는 말도 함께. 전후 맥락 및 다른 이야기들은 (사실 그게 더 중요하지만 노출시키기엔 너무 크리티컬해서) 생략한다. 어쨌든 그 이야기를 듣고 난 이후로 남 말은 잘 담아두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에서 털어내질 못하고 있는데,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아도, 부정할 수 없어서다. 인정할 수밖에 없어서 좌절스럽다. 그런데다 ‘척'도 못하지 않나, 나는. 과연 제대로, 잘 살아나갈 수 있을까?

비슷한 이야기인데, 현재 직종에서 나는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에 대해 고민 중이다. 어떻게든 이 업계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데, 당장 1~2년이야 지금 같은 식으로 어렵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는 있겠지만, 글쎄. 그 이후는- 잘 모르겠다. ‘모르겠는' 수준이 아니라, 좀 암담하다. 내가 많이 모자르고 부족하니까. 좀더 많이 공부하고, 준비하고, 머리를 굴려야 하거늘, 하루하루를 덧없이 흘려보내고만 있다. 내 이런 고민을 들은 H 선생은 ‘이제 겨우 시장 가서 옷감 끊어올까 말까 하는 수준인 것을, 벌써부터 옷 한 벌 근사하게 지어내려고 한다'며 호통 아닌 호통을 쳤음. 물론, 지당한 말씀이지만- 무슨 옷을 지을지 정도는 그려낼 수 있어야 하잖아요. 흑.

그나마 요즘의 나를 즐겁게 해주는 건 라틴어 공부다.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그리 오래되진 않았는데, 왜 이렇게 재미있는지 모를 일이다. 약간 오버해서 말하자면 근래 한 공부 중 제일 재미있다. (법의학보다 재미있으니 말 다 한 거다;) 어차피 혼자 공부하는 것이라 진도 등에 대한 부담은 없지만 괜히 마음이 급해서 매일매일 들여다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양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음. 학교 다닐 때 공부 좀 해둘 걸. 환경도 비교적 좋았었는데 말이야. 뭐, 이제부터 하면 되니까. 하고 싶은 것, 공부하고 싶은 것들은 이렇게 늘어나기만 하고. 딱 며칠만이라도 느긋하게 읽고 싶은 책들만 읽고, 공부하고 싶은 것들만 집중해서 해봤음 좋겠다. 이런 공부들만 하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덧1) 얼마 전 K가 ‘넌 프랑스에 가서 공부하며 살아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무게감 없는 조언을. 그런데 그 말에 혹한 나는 대체 뭐임.

덧2) 나의 미노년, 제레미 아이언스 같은 목소리로 <신학 대전> 라틴어 원전을 읽어주는 남자가 나타난다면 평생 존경하며 충성할 수 있다. -_-; (앨런 릭맨 목소리도 환영하는 바이다;;;)

2010/07/09 15:33
문득, 유럽에 가고 싶어졌다. 독일에 가 보니 멋진 남자가 그렇게 많더라는 김박사의 말에도 좀 영향을 받았지만(이거 진심), 틀에 박힌 생활을 고집하는 나 자신에게 질린 것도 있다. 새로운, 낯선 환경이 필요하다. 설령 아주 잠깐이라 하더라도. 그게 왜 하필 유럽이어야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최근에 읽었던 소설들 때문이기도 한 듯싶고. 어쨌든 유럽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으니, 지금부터 차근차근 알아보고 준비하면 경제적인 문제를 포함해 얼추 내년 봄 무렵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올해의 남은 반년 동안 열심히 도시락 싸서 다녀야 하겠구나.

손바느질에 재미 붙이고 있다. 예쁜 천을 골라 조각조각 이어붙여가며 뭔가 오밀조밀하게 만들어내는 게 그렇게 즐거울 수 없다. 이런 식으로 방콕형 취미 하나 추가. 집덕후 레벨이 업그레이드되었음. 미싱도 하나 들여놓고 싶은데 공간이 없어서 일단 보류했다. 소품 두어 개 만들려고 주문한 천이 언제 올까,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으려니 마냥 포근해진다. 언젠가, 정말, '나만의 집'이라고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면 더 많은 걸 만들어야지. 

못된 성질 때문에 이따금씩 내 분을 못 이기고 자폭하기도 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잘 지내고 잘 산다. 언제 이렇게 살아봤나, 싶을 만큼. 나 역시 간사하고도 멍청한 존재라 그 언젠가 기쁘고 좋았던 날들이 분명 있었을 테지만, 글쎄, 이런 시간이 다시 또 올까. 소중히 아끼는 그 무엇에 온전히 몰두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이.  



2010/05/09 14:38
요즘 들어 자주 꾸는 꿈이 있다. 매번 상황도, 장소도 다 다르지만 어찌 되었든 나는 '엘리베이터가 있는 어떤 건물'에 있고, 1층으로 내려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되는 꿈. 1층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고 있으면, 멀쩡하게 잘 내려가는 것 같던 기계가 난데없이 계속 하강한다. 그러니까, 1층에서 멈추지 않고 밑으로 내려간다. 없던 지하층 버튼들이 나타나고, 엘리베이터는 내려가기만 하고. 대체로 공포에 질려서 깨어나곤 하는데, 어젯밤에는 역시 예의 그 꿈을 꾼 뒤 다른 누군가에게 하소연하는 꿈까지 꿨다. 자이로 드롭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공포심이 들어서, 이젠 제발 좀 그만 꿨으면 좋겠다.

<하하하>를 봤다. 몰랐는데 이 영화, 장르가 '코미디'다. (...) 실제로 꽤나 낄낄댔다. 그리고 전작들보다 덜 찝찝하다. 그렇다고 상큼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홍상수니까.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통영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참참. 영화 얘기를 하려면 <아이언맨2>를 빼놓을 수 없지! 물론, 1편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토니 스타크를 볼 수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 별 다섯 개. 자기 분야에 대한 지적 기반이 확고하고, 기품 있으면서도 천박한(!) 사람만이 줄 수 있는 그 치명적인 매력이란. 한동안 또 설레게 생겼다. (한숨)

최승자 시집 4권을 선물로 받아서 읽었다. 시와는 담 쌓고 살아온 인생이라, 뭐 이러쿵저러쿵 할 말은 없지만,
지금도 이렇게 저릿저릿한데 만약 4년 전에 읽었다면 끔찍한 타격을 줬겠지 싶다. 이제 읽어 참으로 다행이다.   
 


지난 몇 달 동안 어둠의 기운을 여기저기 질질 흘리고 다녔다는 생각에
갑자기, 정신이 확.
마치, 뭐에 홀려 있었던 것만 같다.

발랄 토양이로 돌아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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