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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로'에 해당되는 글 2건
2007/11/1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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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군요, 스시 다이.

그냥 넘어갈까 하다가, 여전히 속이 메슥거리는 관계로 몇 줄 적어볼까 합니다.
오늘 점심의 사건(!)입니다만.

일전에도 한 번 글을 쓴 적이 있었지만 저는 '스시'를 가장 좋아하는 음식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다만 여기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가장 좋아한다'라는 말은
'해당 종류의 음식이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잘 먹을 수 있을 만큼 좋아한다'라는 뜻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해당 종류의 음식이 가진 극한의 맛을 추구하는 나머지, 호불호가 한층 명확해진다'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불행하게도. 제 경우는 후자입니다.
'스시'라고 해서, 다 같은 스시가 아니게 되어 버린단 거죠.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스스로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게 될 경우 찾아오는 실망감과 우울함은 정말 큽니다.
상당히 옵세시브한 면이 크죠. 본인도 인정하는 단점이긴 합니다.

오늘 점심에, 어쩌다 참치집에 갔습니다.
사무실 근처에 얼마 전 오픈한 참치집인데 겉보기에는 꽤 고급스럽고 근사한 곳이에요.
실제로 메뉴판을 봐도 상당한 가격이구요.
다만 점심 메뉴들은 (대부분의 일식집이 그러하듯) 상대적으로 싼 가격의 종류들이 있어서
'회덮밥'을 먹을 요량으로 갔던 것인데요.
같이 간 일행이 갑자기 계획을 변경, 초밥정식을 시킨 것입니다.
아. 사실 한국에서 어지간해서 스시는 먹지 않는다는 나름의 방침이 있지만
그거야 혼자 있을 때 일이고, 일행(그것도 나이 있으신)이 권하면 어쩔 수 없는 면도 좀 있으니.
게다가 가게 외관이나 분위기를 봐서 그다지 나쁘지는 않겠지 싶어서 일단 시켰습니다.

아. 그런데 역시나.
1인분에 10개이고, 계란말이초밥 하나, 문어초밥 하나, 정체모를 뭔가 하나, 연어군함말이 하나,
그리고 남은 6개가 모두 참치초밥이었던 것입니다. 예상은 하고 있었습니다만.
아카미(2)와 츄우토로(2), 오오토로(2) 이렇게 구성되어 있더군요.
계란말이의 형태를 볼 때부터(계란'구이'가 아닌 '말이'였습니다. 이쯤되면 게임 끝.) 불길한 예감이....
음. 뭐. 참치의 질은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기본적으로 냉동이 아니기도 했구요.
다만 오오토로는 좀... 솔직히 별로였습니다. 좋은 녀석은 아닌 듯.

무엇보다 실망했던 것은. 밥이었어요.
일단 밥이 차가웠습니다. 어느 정도는 온기를 유지하고 있어야 입 안에서 겉돌지 않는데 밥이 차더군요.
예전에 모 회전초밥집에서, 나름 코시히카리 쓴다면서 잔뜩 선전하고 있던 주제에
미리 밥을 똑같은 모양으로 쥐어놨다가 그때그때 재료를 '얹는' 풍경에 경악했던 일이 오버랩되는 순간이었죠.
차갑고. 딱딱했습니다.
그런데다가, 햅쌀로 지은 듯 한데 왠 물을 그리 많이 잡았는지. 밥이 질었어요.
입 안에서 끈적끈적하게 늘어붙는 기분나쁜 감촉이란.
결정적으로, 식초를 상당히 쓰셨더군요.
물론 배합초에 식초를 넣는 것은, 생선 특유의 비릿한 내음과 (참치의 경우) 느끼함을 완화시켜주는 역할로 인해
상당히 중요한 요소입니다만. 아. 이건 아니었습니다.
차갑고. 딱딱하고. 질척거리고. 시큼한 밥이라니요.
우울해서 눈물이 나더군요.

개인적으로 스시는, 재료와 조리법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밥의 역할도 상당하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밥과 재료가 잘 어우러져야만이, 스시가 되는 거니까요.
그렇지 않을 바에야 차라리 회를 먹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만.
덧붙이자면, 와사비도 그냥 가루와사비를 개어 쓰는 것 같더군요.

뭐, 제대로 된 걸 먹고 싶으면 비싼 돈 주고 좋은 거 x먹어라, 하실 수도 있지만
이건 가격의 문제를 떠나서 음식을 대하는 기본적인 이해와 정성의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도대체 스시를 뭐라고 생각하고 만든 건지....

그래도 어쨌든. 사주신 분의 성의도 있고 해서, 맛있는 척 열심히 먹긴 했지만
결국 남몰래 혼자 인근 빌딩 화장실에서 다 토하고 말았다는.
너무 비렸고, 맛없었어요. (개인적으로 비위도 그다지 강하지 못함)
차라리 몇년 전 발리에서 먹었던, 정체모를 비린 생선에 안남미로 만든 스시가 더 나았을 정도.

아직까지 인생 최고의 스시는 일본에서밖에 먹어보지 못했고,
한국에서라면 좋아하는 곳이 한 곳 있기는 합니다만. 역시. 가격이. 캐압박.
저같이 얇은 지갑의 소유자로선, 1년에 한 번 가도 ㄷㄷㄷ인 곳이니까요. ㅠ_ㅠ

어찌됐건, 음식에 정성을 다하는 인간의 노력 역시 하나의 가치인 것이고 가치는 돈으로 일정 정도 환산가능한 만큼
좋은 음식을 맛보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게 맞으므로
불평은 안 하고 있습니다.
다만.
'다시는 가지 말아야 할 집'이 한 곳 더 늘어버린 데에 대한 푸념이었습니다.  
2007/10/29 14:54



[긴자 큐베에]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스시!


블로그 이사 기념으로 새 포스팅 하나 올립니다.
원래는 전의 블로그 기사들을 옮겨올 생각이었는데
그래도 새 이야기들이 있어야지 싶은 마음에...
이 포스트는 긴자에 있는 '큐베에'라는 스시집에 관한 겁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스시일 만큼 마니아를 자처하고 있는 토양이입니다.
직찍은 없습니다. ㅠㅠ (먹을 때 정신이 없어요;)
아래의 글과 사진은, 먹은 순서대로라는 점을 미리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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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입구의 쬐깐한 간판.
사실 유심히 살피지 않으면 첨엔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큐베에에서의 감동을 잊고 싶지가 않아서 일본 사이트들을 돌아다니던 중 얻은 사진들.
크기가 작아서 잘 안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암튼. 최고라구요. ㅠ_ㅠ
참고로, 오마카세 세트를 주문했고
추도로, 광어, 오징어, 도미꼬리살, 생새우, 광어꼬리살, 도미, 오도로, 가츠오, 생전복, 아나고, 마키모노, 계란구이, 디저트
이렇게 포함되어 있슴다.
광어꼬리살은 우니(성게)를 못먹으므로 대신 넣어주신 거고 도미는 추가로 시켜본 것.
(그러나..역시 도미철이 아니다보니 살짝 맛이 없었음.)
사진들 중에 광어와 광어꼬리살, 도미와 도미꼬리살은 없어서 못 구했음.
광어꼬리살(히라메의 엔가와) 지대 감동이었는데...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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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 첨에 세팅해주는 것들. 미역 위에 채썬 무가 얹어져 있어요.
우리 나라의 미역무침보다 간이 상당히 심심한 탓에 미역 냄새가 나서 첨엔 좀 못 먹었는데
참고 먹다보니 오히려 생미역의 싱싱함이 잘 느껴져서 막판엔 마구 먹어버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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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뒷맛이, 좋은 다시를 썼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러나 스시의 맛을 제대로 음미하려면
사실 이 미소시루는 마지막 무렵에 먹는 것이 좋습니다만.
중간중간에 먹고자 한다면
반드시 초생강으로 마무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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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도로. (츄우토로, 가 맞는 발음이지만) 다랑어의 갈비살에 해당합니다.
아니 왜 이게 다랑어인 거야. ㅠㅠ
지금까지 내가 먹었던 것들은 도대체 다 뭐냐고.
내 일행은 심지어, 이게 오도로인 줄 알았다는 일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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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에 소금(시오)를 살짝 뿌려서 줍니다.
제가 간 것은 10월 중순.
일본에서는 9월 말부터 10월 정도까지에 햇오징어가 나오는데요.
소금을 얹어 먹으면 쫄깃함과 더불어 오징어 고유의 감칠맛이 잘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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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리에서 살아있는 새우의 머리를 떼고 잠시 두었다가
살을 발라내어 스시를 쥐어줍니다.
죽은 새우로 스시를 쥐면 어패류 특유의 비린내가 나고
생새우를 바로 사용하면 그 나름대로 그닥....
즉, 생새우를 맛있게 즐기려면, 스시를 쥐기 전 약간의 시간차가 필요하단 것이겠죠.
조금 전까지 살아있었던 새우의 살이 그렇게 탱글거리면서 달콤하다니.
정말 최고입니다. 원래 아마에비 류는 잘 못 먹었거든요. 비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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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도로'라고 발음하는 바로 그 분. 원래는 '오오토로'라고 하는 게 맞습니다만.
정말이지 참치 못 먹었는데 이제는 없어서 못 먹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음- 좀 묘사를 해보자면
정말 입안 가득 진---한 맛이 퍼지고 이 녀석 정말 기름지구나 싶은데 하나도 느끼하지 않습니다.
기름기가 많은 게 느껴지는데도 이에 질척거리는 기름기가 조금도 없어요.
질좋은 놈이란 뜻인 거죠.
맛을 제대로 음미하기도 전,
정신차리고 보니 이미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중이셨다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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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랭이포 말고, 오리지날 가츠오는 난생 처음 +_+
얘는 좀 공이 많이 들어갑니다만.
먹고 나서 두번째로 눈물이 고이게 만든 녀석이었다는 데에 중점을..
정말, 미스터 초밥왕 식으로 표현하자면 바다를 느끼게 해주는 맛이었습니다. 진짜로요;;
무어라 설명할 수가 없네요, 그 맛을.
특히 가츠오 같은 녀석은, 조금만 부주의하게 다뤄도 피비린내가 진동을 하기 때문에...
요리사의 솜씨를 볼 수 있게 해 주는 녀석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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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고를, 반은 소금을 뿌리고 반은 소스를 발라서 주는데
소금뿌린 것은 담백하면서 고소하고,
소스바른 것은 적당히 달큰하면서 진한 맛이었습니다.
스시 다이 이후로, 아나고는 완전 사랑하게 되어 버렸지만
큐베에의 아나고가 제게는 좀 더, 맛있었습니다.
아나고의 육질이 잘 살아있으면서도 극한의 부드러움이 느껴졌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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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돌거리는 전복의 식감이 탁월했습니다.
새우머리구이는 처음 먹어봐서 약간 머뭇거리기도 했는데 바삭하면서도 진한 감칠맛!
절로 술이 생각나는 맛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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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세 종류인데
첫 번째는 박고지인 듯 하고 두번째는 오이, 그리고 마지막은..다랑어. ㅠㅠ
원래 다랑어 되게 싫어했는데
일본에 몇 차례 다녀온 이후로는 없어서 못 먹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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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고 달콤하면서 폭신폭신-어떻게 이렇게 구울 수 있을까요.
이 다마고야키는 보통 그 가게의 수준을 짐작케 하는 대표적인 기준이라고들 하죠. 최근에는 다마고야키 전문점에서 아예 사다가 만드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만.
그래도 역시. 스시의 마무리는 가게 고유의 '와리'와 계란을 잘 섞어 구운, 다마고야키라고 생각.
세 번째로 눈물이 나게 했던 대단한 녀석이올시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히라메의 엔가와, 타이, 그리고 디저트는 빠진 사진입니다.
원래 스시 먹으러 가서 사진 찍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스시의 맛은, 쥐어주시는 분의 손끝을 떠나면서부터 떨어지기 생각한다고 믿기 때문인 것도 있어요.
배달 전문 내지는 의도적으로 늦게 먹을 것을 예상하고 만든 스시가 아닌 이상
빨리 먹는 게 최고! 라고 생각하고 있음.
언제나 나중엔 후회하지만. ㅠㅠ

아자부의 스시는 뭐랄까, 좀 화려한 맛이 있는데
긴자의 스시는 기품이 있달까요. 저로선 그런 느낌입니다.
물론 가격대 자체가 쉽게 접근 가능한 그런 종류가 아니라서 슬프지만
특별한 날 용기내어 먹으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그런 맛이예요.

아... 벌써 또 그리워지기 시작합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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