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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30 잡담과, 책 이야기 조금 (22)

잡담과, 책 이야기 조금

퇴사 열흘째. 적당히 노닥거리면서 또 적당히 책들을 읽고, 이따금씩 사람들도 만나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지난 주까지만 해도 아침에 일어나 '당장 해야만 하는 일(그러니까 출근 준비와 같은)'이 없다는 것에 위화감을 느끼곤 했었지만, 이젠 제법 익숙해진 것도 같다. (너무 익숙해지면 곤란한데...-_-)

얼마 전, 정말 진지한 자리에서, '지난 주엔 어떤 책을 읽었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우물거리다 그냥, 읽은 게 없다고 대답해버렸다. "사실은, 지난 와우북 페스티벌에서 '아발론 연대기'를 절반 가격에 팔길래 그만, 덥석 사다가 내리 그것만 읽었더랬습니다"라고 답할 용기 따위, 나질 않았기 때문. 그런 대답에 그만큼의 용기가 필요한, 자리였던 것이라고, 애써 위안해 본다. 허기사, 문제가 되는 건 언제나 '시선'이다. 젠장. 

그래. 생각해 보면, 문학을 제대로 읽기 시작한 건 올해, 부터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적어도 '한국문학'에 국한시켜 얘기하자면, 그렇다. 그간 읽었던 문학이래봤자 거의 다 일본소설들뿐. 이유가 대체 무얼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답이야 뻔하지만. 감정과잉이면서도 '거리감'에 집착하는 나로선, 한국 문학들이 꽤 버겁게 느껴진다. 덤덤하게 읽을 수가 없단 말이야. 아아- 이걸 좀 고쳐야 앞으로 (글자 그대로의 의미에서) 먹고 살 수 있을 텐데.

그래도, 오늘 읽은 성석제의 '홀림'은 대단히 좋았다. 요즘의 성석제에 대해서 날선 비판을 하는 이들도 있긴 있더라만, 나는 그 정도의 의견을 낼 만큼 성석제를 읽지 못했어서 무어라 붙일 말은 없다. 허나, 기교를 자제하고서 일상의 언어만으로 '시간'을 쥐었다 놓았다 하는 통에, 그저 멈추어선 채 읽고 말았다. 거기에, '일생'이 있었다. 저마다의 '정원'을, 고이 옮겨놓은 것 같았달까. 

화분을 몇 개, 키워볼까 고민 중이다. 그렇지만 '어떤 걸 데려올까' 생각하다가도, 베란다가 제 집인 양 드나드는 비둘기들도 싫을뿐더러 내년이면 여기를 떠날 수도 있지 싶은 마음에 자꾸 망설이게 된다. 그 때에도 지금처럼 볕이 좋은 베란다가 있는 집으로 가리란 보장이 없으니, 괜히 짐만 더 늘리는 게 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을 하고 있는 나. 이렇게,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지금으로 끌어 당겨서는 불필요한 고민들까지 잔뜩 그러안고 있다가 정작 '지금 이 순간'을 놓치고 마는, 그리곤 훗날 어김없이 지나 버린 '지금'을 후회하는, 이 몹쓸 습성은 언제쯤에야 떨쳐낼 수 있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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