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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18 [책] 야쿠자, 음지의 권력자들: 야쿠자의 기원과 성격을 논하다 (2)

[책] 야쿠자, 음지의 권력자들: 야쿠자의 기원과 성격을 논하다

일본 위키피디아에서는 야쿠자(ヤクザ)를 가리켜 '조직을 형성해 폭력을 바탕으로 직업적으로 범죄활동에 종사하며 수입을 얻는 자'라고 하고 있다. '폭력단', '폭력집단', '폭력조직' 뭐 다 비슷한 이야기인데, 다만 본인들은 이렇게 불리는 것을 매우 싫어하며 '고쿠도(고쿠도오, 極道)'라 자칭한다. 극의의 도를 추구한다는 그런 의미에서 말이다. 나카마 유키에(仲間由紀恵)가 나와 시리즈로 이어진 유명한 드라마 고쿠센(ごくせん)도 '고쿠도오 센세에', 즉 야쿠자 선생님의 줄임말로 제목을 붙인 것이다.

그런데 왜 이들을 '야쿠자'라 부르는 것일까? 이 야쿠자라는 단어의 어원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그 중 가장 유력한 것은 일본 화투의 한 장르(!), 삼마이가루타(三枚ガルタ)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다. 일본 화투 역시 우리나라 화투와 마찬가지로 각 패마다 고유 숫자가 있는데, 이 화투패 3장으로 하는 도박에서 야쿠자라는 말이 나왔다는 것이다. 패의 숫자들을 더해서 1단위의 숫자가 누가 가장 큰지를 두고 겨루는 것이 규칙인 게임인데, 잘은 모르겠지만 세 번째 패의 경우 쓸지 버릴지는 쥔 사람이 정하는 것 같다. 물론 어떤 숫자의 패인지는 모르는 상태로 말이다. 즉, 정리하자면 첫 번째와 두 번째 패는 반드시 써야 하되, 세 번째 패는 본인 선택이라는 것.

그런데 첫 번째 패와 두 번째 패가 각각 8과 9라 치자. 그러면 합이 17이 되고 끝자리가 7이므로 꽤나 높다. 보통이라면 여기서 멈추겠지만, 언제나 여기에서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한 발 더 나아가는 사람들이 꼭 있다. 그런데 다음 패가 3이 되어 버리면 8+9+3=20. 즉 가장 최하인 0이 나온다. 욕심을 부리다 자멸한다는 동서고금의 이치인 건데, 8과 9와 3을 연달아 읽으면 '야쿠자'가 된다. 여기에서 '쓸모없음', '무익함', '도움이 안 됨'등과 같은 뜻이 붙었으며 나아가 지나치면서도 요행을 바라는 이들을 가리키는 단어로 화한 것이라는 거다. 가장 유력한 설이다. (오늘 소개할 책에는 나오지 않는다. 저자는 '야쿠자'라는 단어도 최소한만 쓰려하고 있는데, 책의 의도와 맞지 않아서일까 싶다.)

어쨌든 야쿠자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게 바로 야마구치구미(山口組)다. 효고(효오고오)현 고베(코오베) 시를 근거지로 삼고 있는 이 집단은 현재 6대 조장인 츠카사 시노부(司忍)가 이끌고 있으며[각주:1] 조직원만도 39,700여 명. 일본 전체 야쿠자 중 49.6%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 최대 조직이기도 하다. (2006년 기준)

야마구치구미의 문양(출처: NationMaster.com)

초대 구미초(쿠미쵸오, 組長)인 야마구치 하루키치(山口春吉)가 고베의 항만노동자 50여 명을 모아 항만노동자 공급업인 '야마구치구미'를 결성한 게 시초라고들 한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다오카 가즈오(타오카 카즈오, 田岡一雄)가 세 번째 구미초가 되면서 야마구치구미는 일대 전성기를 맞이한다. 다오카는 마치 기업을 경영하듯 야마구치구미를 꾸려나갔고, 35년간이나 구미초 자리에 있었다. 그래서 야마구치구미, 하면 다오카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여전히도 많다. 조직의 강령을 만든 것도 다오카이며, 그가 구미초로 있었을 당시 조직원은 무려 10만여 명을 헤아릴 정도였다.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그렇지만 야마구치구미를 필두로 하는 이른바 현대 야쿠자 외에도, 훨씬 이전부터 야쿠자라 불리기에 알맞은 집단들은 역사적으로 존재해 왔다. (이는 야쿠자를 어떻게 정의하는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것 같기는 하지만) 야쿠자, 음지의 권력자들의 저자인 미야자키 마나부(宮崎学)에 따르면 야쿠자는 정해진 직업이 없는 이들(요새 말로 비정규직-_-)이 협의의 도에 따라 움직이는 것, 혹은 그러한 집단이라고 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생각을 증명하기 위해 역사를 거슬러올라가 증거들을 제시하고 있다. 야쿠자의 원류를 가부키모노(카부키모노)로 설정하고 이들을 '사회의 필요악'과도 같은 존재로 정의한 저자는 '도덕적 선악을 뛰어넘은 이 가부키모노들'이라 설명한다. 가부키모노부터 시작해 역사적으로 야쿠자의 흐름을 면면이 훑어내려오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여러 모로 재미 있는 책이기는 하지만, 결정적으로 책 제목이 에러다. 역사적으로 과거에도 유사 야쿠자 집단이 존재했다는 건 잘 알겠으나 과연 그들을 '음지의 권력자'라 부를 만 했을까, 라고 질문한다면 좀 난감해진다. 물론 전성기 시절의 야마구치구미라면 충분히 그러한 칭호를 붙여주고도 남았겠지만(또한 요즘도 상당부분 그러하겠지만), 좀 번지수가 틀렸다는 느낌이다. 게다가 사실 개인적으로는 제목만 보고 현대 야쿠자에 적지 않은 부분을 할애했겠거니 하고 오해를 했는데, 기대했던 지점이 다르다보니 이런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이 책은 야쿠자에 대한 일종의 역사서다.

물론, 저자의 주장이 그르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좀 더 정밀했어야 하는 게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인 거다. 저자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이미지가 너무 흐릿하고 구멍도 많다. '음지의 권력자'로서의 사례나 일화와 같은 구체적인 것들을 제시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이쯤되면 무엇이 '음지'이고 또 무엇이 '권력'인지를 논해야 하는 골치아픈 상황이 벌어진다.)

요약하자면, 야쿠자의 정의를 내리고 이의 기원을 파악해 제시함으로써 현대 야쿠자를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데에 도움은 주지만, 재미는 좀 없다. 덧붙여 야마구치구미 이야기가 3대 구미초인 다오카에서 끝나는 것도 아쉽고. (심지어 다오카 이후의 야마구치구미 분열 사건이나 그 유명한 히트맨 얘기도 안 나온다!!)[각주:2] 저자 또한 교토(쿄오토) 후시미 지역의 한 야쿠자 조직 구미초를 아버지로 두고 있다고 하는데, 일개 단원도 아니고 구미초였던 만큼 그 영향도 적지는 않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야쿠자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국내에 제대로 된 일본 야쿠자 번역서는 드물기도 하니까.

  1. 현재 츠카사 시노부가 복역 중인 관계로 와카가시라인 다카야마 기요시(타카야마 키요시, 高山清司)가 대리를 맡고 있다. [본문으로]
  2. 그렇지만 야마구치구미의 역사를 훑는 것만으로도 책 한 권 분량은 너끈히 채우고 남는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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