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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1 20:51

세상사에 무심하지는 않으나 이 블로그에서만큼은 가급적 관련된 이야기를 쓰지 않으려고 해왔는데, 음식 사진이나 일본 여행 사진들만을 올리기에는 도저히 마음이 편치 않아 몇 자 적어본다. 뭐, 워낙 세상 도처를 달구고 있는 이슈이고 또 쟁쟁하신 많은 분들이 그만큼의 의견과 좋은 글들을 올려주고 계셔서 내 딱히 길게 할 말은 없지만, 나는 지금의 분노와 절망이 조직화된 투쟁으로 점화되기를 바란다. 좀 더 폭발적인 대중의 힘으로 화하기를 바란다.

지금까지와의 촛불집회와는 달리 당장 나와 내 가족의 안위에 직결되는 문제를 계기로 발생한 이번 사태는 덕분에 많은 공감과 지지를 얻을 수 있었고 덕분에 여기까지 커질 수 있었다. 그렇지만 산발적인 투쟁은 그 이상 나아가기 어렵다. 이건 전략과 전술의 문제다. 대규모 촛불집회라는 전술은 생생히 살아 있지만 전략은 부재하다. 최종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타협할 수 있는 선은 어디에서 그을 수 있을 것인가? 결과적으로 무엇을 얻을 수 있으며 또 얻어내야 할 것인가?

무엇보다도 나는 두렵다. 이번 대규모 집회가 공권력에 의해 무너지든 혹은 구심점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스스로 붕괴하든, 아니면 그럴 일은 없겠으나 만약 소고기 문제가 대중의 뜻과 타협하여 거기에서 멈추든, 어느 쪽이 되더라도 현정부에 그 이상의 선물은 없으리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토록 거대한 대중의 분노를 너무나 쉽게 잠재울 수 있다는 자신감. 대중이 별 것 아니라는 오만함. 그들이 얻게 될 것은 실로 크다. 그렇게 되고 나면 앞으로 또 어떠한 일이 일어나더라도 저들은 지금보다 더 단호해질 것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오직 1%의 배를 채우기 위해 99%가 산채로 골수를 빨리는 생지옥으로 좀 더 빨리 향하겠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10년 후퇴라는 얼룩진 역사를 뒤집고 다시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지금 파도 일렁이는 역사의 한복판에 서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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