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27 00:45
[책과잡담들]
존경해 마지않는 내 스승님은, 나를 가리켜 ‘타인에 대한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때그때의 감정/마음과는 별개의, ‘진짜' 관심, 이 부재하다는 것. 지독히 냉정하다는 말도 함께. 전후 맥락 및 다른 이야기들은 (사실 그게 더 중요하지만 노출시키기엔 너무 크리티컬해서) 생략한다. 어쨌든 그 이야기를 듣고 난 이후로 남 말은 잘 담아두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에서 털어내질 못하고 있는데,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아도, 부정할 수 없어서다. 인정할 수밖에 없어서 좌절스럽다. 그런데다 ‘척'도 못하지 않나, 나는. 과연 제대로, 잘 살아나갈 수 있을까?
비슷한 이야기인데, 현재 직종에서 나는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에 대해 고민 중이다. 어떻게든 이 업계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데, 당장 1~2년이야 지금 같은 식으로 어렵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는 있겠지만, 글쎄. 그 이후는- 잘 모르겠다. ‘모르겠는' 수준이 아니라, 좀 암담하다. 내가 많이 모자르고 부족하니까. 좀더 많이 공부하고, 준비하고, 머리를 굴려야 하거늘, 하루하루를 덧없이 흘려보내고만 있다. 내 이런 고민을 들은 H 선생은 ‘이제 겨우 시장 가서 옷감 끊어올까 말까 하는 수준인 것을, 벌써부터 옷 한 벌 근사하게 지어내려고 한다'며 호통 아닌 호통을 쳤음. 물론, 지당한 말씀이지만- 무슨 옷을 지을지 정도는 그려낼 수 있어야 하잖아요. 흑.
그나마 요즘의 나를 즐겁게 해주는 건 라틴어 공부다.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그리 오래되진 않았는데, 왜 이렇게 재미있는지 모를 일이다. 약간 오버해서 말하자면 근래 한 공부 중 제일 재미있다. (법의학보다 재미있으니 말 다 한 거다;) 어차피 혼자 공부하는 것이라 진도 등에 대한 부담은 없지만 괜히 마음이 급해서 매일매일 들여다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양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음. 학교 다닐 때 공부 좀 해둘 걸. 환경도 비교적 좋았었는데 말이야. 뭐, 이제부터 하면 되니까. 하고 싶은 것, 공부하고 싶은 것들은 이렇게 늘어나기만 하고. 딱 며칠만이라도 느긋하게 읽고 싶은 책들만 읽고, 공부하고 싶은 것들만 집중해서 해봤음 좋겠다. 이런 공부들만 하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덧1) 얼마 전 K가 ‘넌 프랑스에 가서 공부하며 살아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무게감 없는 조언을. 그런데 그 말에 혹한 나는 대체 뭐임.
덧2) 나의 미노년, 제레미 아이언스 같은 목소리로 <신학 대전> 라틴어 원전을 읽어주는 남자가 나타난다면 평생 존경하며 충성할 수 있다. -_-; (앨런 릭맨 목소리도 환영하는 바이다;;;)
비슷한 이야기인데, 현재 직종에서 나는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에 대해 고민 중이다. 어떻게든 이 업계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데, 당장 1~2년이야 지금 같은 식으로 어렵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는 있겠지만, 글쎄. 그 이후는- 잘 모르겠다. ‘모르겠는' 수준이 아니라, 좀 암담하다. 내가 많이 모자르고 부족하니까. 좀더 많이 공부하고, 준비하고, 머리를 굴려야 하거늘, 하루하루를 덧없이 흘려보내고만 있다. 내 이런 고민을 들은 H 선생은 ‘이제 겨우 시장 가서 옷감 끊어올까 말까 하는 수준인 것을, 벌써부터 옷 한 벌 근사하게 지어내려고 한다'며 호통 아닌 호통을 쳤음. 물론, 지당한 말씀이지만- 무슨 옷을 지을지 정도는 그려낼 수 있어야 하잖아요. 흑.
그나마 요즘의 나를 즐겁게 해주는 건 라틴어 공부다.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그리 오래되진 않았는데, 왜 이렇게 재미있는지 모를 일이다. 약간 오버해서 말하자면 근래 한 공부 중 제일 재미있다. (법의학보다 재미있으니 말 다 한 거다;) 어차피 혼자 공부하는 것이라 진도 등에 대한 부담은 없지만 괜히 마음이 급해서 매일매일 들여다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양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음. 학교 다닐 때 공부 좀 해둘 걸. 환경도 비교적 좋았었는데 말이야. 뭐, 이제부터 하면 되니까. 하고 싶은 것, 공부하고 싶은 것들은 이렇게 늘어나기만 하고. 딱 며칠만이라도 느긋하게 읽고 싶은 책들만 읽고, 공부하고 싶은 것들만 집중해서 해봤음 좋겠다. 이런 공부들만 하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덧1) 얼마 전 K가 ‘넌 프랑스에 가서 공부하며 살아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무게감 없는 조언을. 그런데 그 말에 혹한 나는 대체 뭐임.
덧2) 나의 미노년, 제레미 아이언스 같은 목소리로 <신학 대전> 라틴어 원전을 읽어주는 남자가 나타난다면 평생 존경하며 충성할 수 있다. -_-; (앨런 릭맨 목소리도 환영하는 바이다;;;)
2010/07/17 00:27
[책과잡담들]
이 책, 정말 나쁜 책이다. 어쩌면 이렇게... 잔인하고도 집요하게 사람속을 바닥까지 파헤쳐놓을 수 있나. 읽으며 몇 번이고 책장을 덮었다 펼쳤는지 모른다. 울기도 많이 울었다. 너무 괴로워서 그만 읽을까 싶은 순간들도 있었다. 이 책을 끝까지 읽기란, 정말이지 자진해 고문을 당하는 것과도 같았다.
"한 여자와 만나 44일 동안 사랑하고, 339일 동안 그녀를 찾아 헤맸으며, 2,864일 동안 그녀를 바라본 한 남자의 30년에 걸친 처절하고 지독한 사랑과 집착"이라는 뒷표지 소개글처럼, 이 책은 주인공 케말의 인생 중 30년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 30년이 케말의 전부다. 그러니까 케말의 세계는 그녀, 퓌순으로 구축되었고, 완성되었고, 나아가 유지되었다. 퓌순이 아니고서는 케말을 정의할 수 없는 거다. 타인이, 당신이, 내 인생의 동력일 수 있다는 거다. 그 아무리 아프다고 해도. 그 아무리, 짓밟힌다 해도.
순수함이란, 닿을 듯 말 듯 하면서도 절대 내 것이 되지는 못할 무엇을 간절히 열망하고 꿈꿀 때에나 가능한 게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아마도, 우리는 순수함을 '획득'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달리기'를 할 수는 있어도 가질 수는 없는 것처럼. 그 과정 속에 있을 때여야 이따금씩 잠시, 품어볼 수는 있겠지.
적어도, 그 누군가를 쥐어짜듯 갈구해본 경험이 있다면. 아마 당신에게도 고통스러운 책이 될 수 있겠다. 아울러 조금은 지리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2,864일 동안의 기록이야말로 이 소설의 가장 아름답고 서러운 부분이니, 부디 공들여, 꼼꼼히, 읽어주었으면.
그리고 한 번쯤은, 잠시라도,
나를 떠올려주었으면.
![]() |
순수 박물관 1 - ![]()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민음사 |
"한 여자와 만나 44일 동안 사랑하고, 339일 동안 그녀를 찾아 헤맸으며, 2,864일 동안 그녀를 바라본 한 남자의 30년에 걸친 처절하고 지독한 사랑과 집착"이라는 뒷표지 소개글처럼, 이 책은 주인공 케말의 인생 중 30년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 30년이 케말의 전부다. 그러니까 케말의 세계는 그녀, 퓌순으로 구축되었고, 완성되었고, 나아가 유지되었다. 퓌순이 아니고서는 케말을 정의할 수 없는 거다. 타인이, 당신이, 내 인생의 동력일 수 있다는 거다. 그 아무리 아프다고 해도. 그 아무리, 짓밟힌다 해도.
순수함이란, 닿을 듯 말 듯 하면서도 절대 내 것이 되지는 못할 무엇을 간절히 열망하고 꿈꿀 때에나 가능한 게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아마도, 우리는 순수함을 '획득'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달리기'를 할 수는 있어도 가질 수는 없는 것처럼. 그 과정 속에 있을 때여야 이따금씩 잠시, 품어볼 수는 있겠지.
적어도, 그 누군가를 쥐어짜듯 갈구해본 경험이 있다면. 아마 당신에게도 고통스러운 책이 될 수 있겠다. 아울러 조금은 지리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2,864일 동안의 기록이야말로 이 소설의 가장 아름답고 서러운 부분이니, 부디 공들여, 꼼꼼히, 읽어주었으면.
그리고 한 번쯤은, 잠시라도,
나를 떠올려주었으면.
2010/07/09 15:33
[책과잡담들]
문득, 유럽에 가고 싶어졌다. 독일에 가 보니 멋진 남자가 그렇게 많더라는 김박사의 말에도 좀 영향을 받았지만(이거 진심), 틀에 박힌 생활을 고집하는 나 자신에게 질린 것도 있다. 새로운, 낯선 환경이 필요하다. 설령 아주 잠깐이라 하더라도. 그게 왜 하필 유럽이어야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으나, 최근에 읽었던 소설들 때문이기도 한 듯싶고. 어쨌든 유럽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으니, 지금부터 차근차근 알아보고 준비하면 경제적인 문제를 포함해 얼추 내년 봄 무렵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올해의 남은 반년 동안 열심히 도시락 싸서 다녀야 하겠구나.
손바느질에 재미 붙이고 있다. 예쁜 천을 골라 조각조각 이어붙여가며 뭔가 오밀조밀하게 만들어내는 게 그렇게 즐거울 수 없다. 이런 식으로 방콕형 취미 하나 추가. 집덕후 레벨이 업그레이드되었음. 미싱도 하나 들여놓고 싶은데 공간이 없어서 일단 보류했다. 소품 두어 개 만들려고 주문한 천이 언제 올까,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으려니 마냥 포근해진다. 언젠가, 정말, '나만의 집'이라고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면 더 많은 걸 만들어야지.
못된 성질 때문에 이따금씩 내 분을 못 이기고 자폭하기도 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잘 지내고 잘 산다. 언제 이렇게 살아봤나, 싶을 만큼. 나 역시 간사하고도 멍청한 존재라 그 언젠가 기쁘고 좋았던 날들이 분명 있었을 테지만, 글쎄, 이런 시간이 다시 또 올까. 소중히 아끼는 그 무엇에 온전히 몰두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이.
손바느질에 재미 붙이고 있다. 예쁜 천을 골라 조각조각 이어붙여가며 뭔가 오밀조밀하게 만들어내는 게 그렇게 즐거울 수 없다. 이런 식으로 방콕형 취미 하나 추가. 집덕후 레벨이 업그레이드되었음. 미싱도 하나 들여놓고 싶은데 공간이 없어서 일단 보류했다. 소품 두어 개 만들려고 주문한 천이 언제 올까,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으려니 마냥 포근해진다. 언젠가, 정말, '나만의 집'이라고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면 더 많은 걸 만들어야지.
못된 성질 때문에 이따금씩 내 분을 못 이기고 자폭하기도 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잘 지내고 잘 산다. 언제 이렇게 살아봤나, 싶을 만큼. 나 역시 간사하고도 멍청한 존재라 그 언젠가 기쁘고 좋았던 날들이 분명 있었을 테지만, 글쎄, 이런 시간이 다시 또 올까. 소중히 아끼는 그 무엇에 온전히 몰두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