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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존경해 마지않는 내 스승님은, 나를 가리켜 ‘타인에 대한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때그때의 감정/마음과는 별개의, ‘진짜' 관심, 이 부재하다는 것. 지독히 냉정하다는 말도 함께. 전후 맥락 및 다른 이야기들은 (사실 그게 더 중요하지만 노출시키기엔 너무 크리티컬해서) 생략한다. 어쨌든 그 이야기를 듣고 난 이후로 남 말은 잘 담아두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에서 털어내질 못하고 있는데,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보아도, 부정할 수 없어서다. 인정할 수밖에 없어서 좌절스럽다. 그런데다 ‘척'도 못하지 않나, 나는. 과연 제대로, 잘 살아나갈 수 있을까?

비슷한 이야기인데, 현재 직종에서 나는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에 대해 고민 중이다. 어떻게든 이 업계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데, 당장 1~2년이야 지금 같은 식으로 어렵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는 있겠지만, 글쎄. 그 이후는- 잘 모르겠다. ‘모르겠는' 수준이 아니라, 좀 암담하다. 내가 많이 모자르고 부족하니까. 좀더 많이 공부하고, 준비하고, 머리를 굴려야 하거늘, 하루하루를 덧없이 흘려보내고만 있다. 내 이런 고민을 들은 H 선생은 ‘이제 겨우 시장 가서 옷감 끊어올까 말까 하는 수준인 것을, 벌써부터 옷 한 벌 근사하게 지어내려고 한다'며 호통 아닌 호통을 쳤음. 물론, 지당한 말씀이지만- 무슨 옷을 지을지 정도는 그려낼 수 있어야 하잖아요. 흑.

그나마 요즘의 나를 즐겁게 해주는 건 라틴어 공부다.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그리 오래되진 않았는데, 왜 이렇게 재미있는지 모를 일이다. 약간 오버해서 말하자면 근래 한 공부 중 제일 재미있다. (법의학보다 재미있으니 말 다 한 거다;) 어차피 혼자 공부하는 것이라 진도 등에 대한 부담은 없지만 괜히 마음이 급해서 매일매일 들여다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양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음. 학교 다닐 때 공부 좀 해둘 걸. 환경도 비교적 좋았었는데 말이야. 뭐, 이제부터 하면 되니까. 하고 싶은 것, 공부하고 싶은 것들은 이렇게 늘어나기만 하고. 딱 며칠만이라도 느긋하게 읽고 싶은 책들만 읽고, 공부하고 싶은 것들만 집중해서 해봤음 좋겠다. 이런 공부들만 하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덧1) 얼마 전 K가 ‘넌 프랑스에 가서 공부하며 살아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무게감 없는 조언을. 그런데 그 말에 혹한 나는 대체 뭐임.

덧2) 나의 미노년, 제레미 아이언스 같은 목소리로 <신학 대전> 라틴어 원전을 읽어주는 남자가 나타난다면 평생 존경하며 충성할 수 있다. -_-; (앨런 릭맨 목소리도 환영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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