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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순수 박물관(전2권)

이 책, 정말 나쁜 책이다. 어쩌면 이렇게... 잔인하고도 집요하게 사람속을 바닥까지 파헤쳐놓을 수 있나. 읽으며 몇 번이고 책장을 덮었다 펼쳤는지 모른다. 울기도 많이 울었다. 너무 괴로워서 그만 읽을까 싶은 순간들도 있었다. 이 책을 끝까지 읽기란, 정말이지 자진해 고문을 당하는 것과도 같았다. 

순수 박물관 1 - 10점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민음사

"한 여자와 만나 44일 동안 사랑하고, 339일 동안 그녀를 찾아 헤맸으며, 2,864일 동안 그녀를 바라본 한 남자의 30년에 걸친 처절하고 지독한 사랑과 집착"이라는 뒷표지 소개글처럼, 이 책은 주인공 케말의 인생 중 30년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 30년이 케말의 전부다. 그러니까 케말의 세계는 그녀, 퓌순으로 구축되었고, 완성되었고, 나아가 유지되었다. 퓌순이 아니고서는 케말을 정의할 수 없는 거다. 타인이, 당신이, 내 인생의 동력일 수 있다는 거다. 그 아무리 아프다고 해도. 그 아무리, 짓밟힌다 해도. 

순수함이란, 닿을 듯 말 듯 하면서도 절대 내 것이 되지는 못할 무엇을 간절히 열망하고 꿈꿀 때에나 가능한 게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아마도, 우리는 순수함을 '획득'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달리기'를 할 수는 있어도 가질 수는 없는 것처럼. 그 과정 속에 있을 때여야 이따금씩 잠시, 품어볼 수는 있겠지.  

적어도, 그 누군가를 쥐어짜듯 갈구해본 경험이 있다면. 아마 당신에게도 고통스러운 책이 될 수 있겠다. 아울러 조금은 지리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2,864일 동안의 기록이야말로 이 소설의 가장 아름답고 서러운 부분이니, 부디 공들여, 꼼꼼히, 읽어주었으면.
그리고 한 번쯤은, 잠시라도,
나를 떠올려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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