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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23 요즘. (11)

요즘.

요즘 칼퇴에 재미 붙였다. 그래봤자 주 1~2회 정도는 야근하지만, 야근이 없는 날엔 가급적 일찍 집에 간다. 집에 도착하면, 간단히 정리하고, 씻고, 살림한다. 음식하고, 청소하고 등등. 때마다 행주 삶는 게 번거로워져서 행주 삶아주는 전기 포트(?)도 질렀다. 실제 가격은 좀 부담스러운데, 얼마 전 어떤 블로그에서 반값에 공구 진행하는 걸 보고 덥석. 다목적 프라이팬도 하나 필요했던 참에 그것도 질러야겠다 생각 중이다. 컨벡션 미니 오븐도 갖고 싶고, 이런저런 살림용품에 여간 욕심이 나는 게 아니다.

다시, 음식 만들기에 열 올리고 있다. 만들어 둔 반찬만 몇 가지인지 모르겠다. 다 먹지도 못하고 버릴 것들을. 한동안 꽤 시큰둥해 있던 취미였지만, 그래도 음식 만드는 것만큼 즐겁고 또 시간 잘 가는 일도 없다. 엊그제는 냉장고 정리하다가 오래된 사과 몇 알이 있길래 애플티베이스를 만들었다. 이제 곧 여름이니까. 허나 역시, 혼자서 닭볶음탕 만들어 먹는 건 좀 무리. 1인분 만들려고 했는데 결과물은 2.5인분. 많이 먹지도 못하면서 왜 이렇게 손만 큰 건지. 어릴 때부터 내게 음식 만드는 걸 가르쳐주셨던 할머니는, 우리 강아지는 손이 커서 나중에 맏며느리 되면 잘 살 거라고 하셨더랬다. 

설거지와 뒷정리까지 마치고 나면, 잠시 숨을 돌렸다가 라디오를 틀어놓고 책상 앞에 앉아 이책 저책 뒤적거린다. 읽어야 할 책들은 언제나 쌓여 있다. 어떨 때는, 읽을 책을 사는 게 아니라 쌓아 둘 책을 사는 기분이 들기도 해. 공부도 할 겸 좋아하는 책을 번역해보기도 하고, 새로 산 소설들을 읽는다.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밤이 깊어지면 라디오를 켜 둔 채 잠든다.

이렇게, 안 하던 일을 한다. 가만히 있는 게 싫다. 조용한 시간이 눈을 치켜 뜨고 내려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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