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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9 17:58
근 한 달만에 글 쓰려니, 꼭 남의 집 담벼락에 몰래 낙서하는 것 같이 찝찝한 기분. 내 블로그인데도 참 낯설다.

프로젝트 끝나면 돌아오겠다, 고 했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진행 중이다. 마감일을 다시 잡고 나니 왜 이렇게 심란한 건지. 이런저런 문제들이 많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보면 잘 된 일이겠으나, 석 달 넘게 주책임자 신분으로 낑낑대오면서 그저 빨리 끝났으면 좋겠는 마음만 잔뜩. 세상 모든 PM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을 뿐이다. 지금이야 좀 가라앉았지만, 한동안은 정말이지 '이런 게 차력인가!' 싶었다. 왜, 그런 거 있잖은가. 입으로 밧줄 물고서 트럭 끌고 가는. 내 심정이 딱, 그랬다. 뭐, 지금도 별반 다르지는 않지만.

사실, 많이 지쳤다. 지치고 힘들다. 혼자서 기획을 비롯, 작업 관리를 포함한 실무 처리까지 감당하는 게 너무 벅차다. 부담감과 스트레스는 디폴트로 따라붙었다. 그런데다 업무 자율성이라고는 한 8%쯤 될까? 뭐 하나 하는 데에도 일일이 컨펌받아야 하고, 의견을 물어야 하고. 무엇 하나 시원스럽게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얽힌 사람들도 많아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동네 조기 축구의 축구공이 이런 심정이겠거니 했다. (프리미어리그 축구공이라면 기쁘기나 하겠다) 프로젝트 특성 상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일하면서, '일 자체'가 너무 힘들어 몇 번이고 울어도 봤다. 내 능력 밖의 일을 무리해가며 맡은 것 같아서, 일 그르치기 전에 그만둘까 고민도 했었을 정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면 잘 해낼지도 모르는데. 도망치기 싫어서 어금니 깨물어가며 일하고 있지만, 마음은 있는대로 너덜너덜해졌다.

그래서, 블로그에 글 쓰기가 싫었다. 보나마나 우는 소리만 잔뜩 해댈 테니까. 꾹꾹 눌러가며 잘 참았는데, 결국 주절주절 넋두리를 쏟아내고 있는 토양이. 임계점 돌파. 

그나마 미드가 없었다면, 진작에 나가떨어졌을지도 모를 일.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미드 한두 편을 보면, 꽤 마음이 풀리고는 했다. 덕분에-ㅅ- <NCIS> 전 시즌을 섭렵. 볼 게 없어서 요즘은 (그 재미없는)<NCIS LA>를 보고 있다. 아. 빼놓을 수 없는 완소 미드, <빅뱅이론>도. 너무 소중해서 아껴 보고 있는 중.

암튼, 잘 지내...고 있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버티고는 있음. 4월에는, 꼭 일본 가야지. 벚꽃 실컷 보고 와야지. 생각 같아선, 내일 당장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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