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21 17:13
[책과잡담들]
올 상반기에 가장 많은 애정을 쏟아부은 일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번역서 '자전거로 멀리 가고 싶다'가 드디어 나왔다!! 평범한 중년 아저씨의 장거리 라이딩 이야기를 담은, 일종의 에세이라 할 수 있는 책. ^^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자전거를 못 탄다. 안 타본 게 아니라, 정말 타질 못 한다. 어렸을 땐 꽤 잘 탔었는데, 중학생이던 어느 날 자전거를 타다 가파른 언덕길에서 자갈을 밟고 공중부양을 한 적이 있은 뒤로(물론, 그 뒷일은 아주.. 처참했다) 트라우마가 생겨 버렸다. 타보려는 시도는 몇 번 했었으나 자전거 안장 위에만 올라가면 눈앞이 캄캄해지곤 한다. 손발도 따로 놀고, 뭐 암튼, 그래서 자전거 타기는 기피하는 운동 중 하나가 되고 말았다. 싫어하진 않지만, 좀 무섭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자전거를 정말 좋아한다. 그냥 어쩌다 자전거를 타게 되었을 뿐인데 그야말로 푸-욱 빠져버린 거다. 평일에도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주말이 되면 어김없이 자전거를 타고 나가는 장거리 라이더다. 일반 자전거가 아닌 로드바이크가 그의 애마이고, 놀랍게도 자전거에 심취하기 시작한 건 40대 이후. 게다가 저자는 자전거를 타게 되고 나서부터, 자전거로 인해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고 이야기한다. 딱히 즐겨 하는 운동도 없던, 평범하게 살아온 한 ‘아저씨'를 이렇게나 변화시킨 건 대체 무엇이었을까? 그 ‘무엇'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가, 애정이, 곳곳에 묻어 있는 책이다.
번역을 하면서 ‘자전거를 다시 타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처럼 로드바이크를 탈 생각도, 장거리 라이딩을 할 마음도 없지만, 궁금해진 거다. 어느 한 사람을 바꿀 수 있는 힘이란 게, 자전거에 있을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무난하게, 때로는 ‘이제 더 이상은 무언가 해내지 못할 것만 같은' 중년의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이로 하여금 ‘스스로의 심리적 장벽을 뛰어넘었다'고 느끼게 할 그 무언가가 말이다. 그리고 이는, 비단 '중년 아저씨'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니지 않을까, 싶다.
다시 생각해 보면 아쉬움도 제법 남은 작업이었지만, 나름대로 정말 재미있게 그리고 열심히 옮겼다. 개인적으로 푹 빠져서 (사심에 가득 찬 상태로!) 옮긴 구절들도 있고. ^^ 그래서 그런지, 지금까지 번역한 책들 중 가장 사랑스럽다. 표지도 예쁘게 나왔다는. 덧붙여, 편집자분의 성향이 반영된 문장들도 있지만은! (^^) 편집자분, 고생 많이 하셨어요. ^^
자아~ 구매 고고싱! ^^;;;

![]() |
자전거로 멀리 가고 싶다 - ![]() 요네즈 가즈노리 지음, 신영희 옮김/미지북스 |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자전거를 못 탄다. 안 타본 게 아니라, 정말 타질 못 한다. 어렸을 땐 꽤 잘 탔었는데, 중학생이던 어느 날 자전거를 타다 가파른 언덕길에서 자갈을 밟고 공중부양을 한 적이 있은 뒤로(물론, 그 뒷일은 아주.. 처참했다) 트라우마가 생겨 버렸다. 타보려는 시도는 몇 번 했었으나 자전거 안장 위에만 올라가면 눈앞이 캄캄해지곤 한다. 손발도 따로 놀고, 뭐 암튼, 그래서 자전거 타기는 기피하는 운동 중 하나가 되고 말았다. 싫어하진 않지만, 좀 무섭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 자전거를 정말 좋아한다. 그냥 어쩌다 자전거를 타게 되었을 뿐인데 그야말로 푸-욱 빠져버린 거다. 평일에도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주말이 되면 어김없이 자전거를 타고 나가는 장거리 라이더다. 일반 자전거가 아닌 로드바이크가 그의 애마이고, 놀랍게도 자전거에 심취하기 시작한 건 40대 이후. 게다가 저자는 자전거를 타게 되고 나서부터, 자전거로 인해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고 이야기한다. 딱히 즐겨 하는 운동도 없던, 평범하게 살아온 한 ‘아저씨'를 이렇게나 변화시킨 건 대체 무엇이었을까? 그 ‘무엇'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가, 애정이, 곳곳에 묻어 있는 책이다.
번역을 하면서 ‘자전거를 다시 타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처럼 로드바이크를 탈 생각도, 장거리 라이딩을 할 마음도 없지만, 궁금해진 거다. 어느 한 사람을 바꿀 수 있는 힘이란 게, 자전거에 있을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무난하게, 때로는 ‘이제 더 이상은 무언가 해내지 못할 것만 같은' 중년의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이로 하여금 ‘스스로의 심리적 장벽을 뛰어넘었다'고 느끼게 할 그 무언가가 말이다. 그리고 이는, 비단 '중년 아저씨'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니지 않을까, 싶다.
다시 생각해 보면 아쉬움도 제법 남은 작업이었지만, 나름대로 정말 재미있게 그리고 열심히 옮겼다. 개인적으로 푹 빠져서 (사심에 가득 찬 상태로!) 옮긴 구절들도 있고. ^^ 그래서 그런지, 지금까지 번역한 책들 중 가장 사랑스럽다. 표지도 예쁘게 나왔다는. 덧붙여, 편집자분의 성향이 반영된 문장들도 있지만은! (^^) 편집자분, 고생 많이 하셨어요. ^^
자아~ 구매 고고싱! ^^;;;
..^^
2009/07/19 21:54
[책과잡담들]
[추가] 2009년 7월 21일 현재, 알라딘에서는 절판되었다. -_-; 출판된 게 6월 중순인데.....;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그 이름만으로 거역할 수 없는 무게감을 갖고 있는 작가 중 한 사람. 피노체트에게 우호적이었던 (망할) 노인네긴 하지만, 분하게도, 그의 글은 달콤한 절망감을 안겨 준다. 그래. 소설이란, 상징이란, 이런 것일 테다, 하는 생각과 함께.
그 보르헤스가 다른 작가들의 단편들을 묶어 펴낸 문학전집이 국내에서 출간되고 있다. 이미 이탈리아와 프랑스, 독일, 일본 등에서는 완역되어 나온 모양인데,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3권이 나왔다. (잭 런던, 길버트 키스 체스터튼, 레오뽈도 루고네스) 그리고 그 중 잭 런던의 ‘마이더스의 노예들'을 읽었다.
![]() |
마이더스의 노예들 - ![]() 잭 런던 지음,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기획, 김훈 옮김/바벨의도서관 |
총 다섯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고, 단편집의 장점을 잘 살린 책. 약간 지루한 듯 길게 이어가다가도, 어느 순간 날카롭게 잘라내는 매력이 있다. 어느 하나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인데, 신기하게 새롭다. 물론 모든 소설에서 그 나름의 독창성을 찾으려는 시도는 그러고자 하는 노력 만큼이나 덧없으나, 그래서 더욱 이런 글들이 반가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래 음미할 책은 아니지만 읽는 시간은 아깝지 않다. 그리고 이것은, 대부분의 소설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미덕’일 게다. ^^ 어쨌든, 앞으로 나올 책들도 봐야겠다.
2009/07/19 20:33
[책과잡담들]
99년 12월 어느 날, 어느 술집에서, "너는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는 아이야"란 말을 들었다. 그리고 당연히, 나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 때 나는 고작 열 아홉이었단 말이지. 적어도, 앞날에 대한 막연한 희망 정도는 철없게 품고 있던 그저그런 열 아홉, 내게는 그 말이 저주처럼 들렸다.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스스로가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잖아."
"그렇지만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렇지. 불행하지는 않지만 행복하지도 않다, 고 생각하는 것. 그게 네 문제야."
정말이지, 그땐 그게 저주라고 생각했다.
4~5년 정도가 지나, 그는 내게 했던 그 말을 후회했고, 사과했다. 자기도 너무 어렸고, 내가 조금 미웠다고도 했다. 잊고 살진 못할 만큼의 꺼림칙함은 갖고 있었지만, 그렇게 어이없는 사과를 받고 나니, 또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다 읽은 책을 덮듯 그렇게 잊었더랬다. 어쨌든, 저주라고 생각했으니까. 발화자가 취소하면, 그걸로 된 거라 여겼으니까. 멍청하게도.
그러다가. 얼마 전.
"싫어하지는 않지만 딱히 좋아하지도 않아요." 라고 말하는 나를 봤다.
그리고 곧, 오래도록 잊고 지낸 옛날 일이 떠올랐다.
..나는, 소름끼치도록 변한 게 없었다. 그건 저주가 아니었던 거다.
이제서야, '문제'가 뭔지, 조금, 아주 조금 알겠다.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스스로가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잖아."
"그렇지만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렇지. 불행하지는 않지만 행복하지도 않다, 고 생각하는 것. 그게 네 문제야."
정말이지, 그땐 그게 저주라고 생각했다.
4~5년 정도가 지나, 그는 내게 했던 그 말을 후회했고, 사과했다. 자기도 너무 어렸고, 내가 조금 미웠다고도 했다. 잊고 살진 못할 만큼의 꺼림칙함은 갖고 있었지만, 그렇게 어이없는 사과를 받고 나니, 또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다 읽은 책을 덮듯 그렇게 잊었더랬다. 어쨌든, 저주라고 생각했으니까. 발화자가 취소하면, 그걸로 된 거라 여겼으니까. 멍청하게도.
그러다가. 얼마 전.
"싫어하지는 않지만 딱히 좋아하지도 않아요." 라고 말하는 나를 봤다.
그리고 곧, 오래도록 잊고 지낸 옛날 일이 떠올랐다.
..나는, 소름끼치도록 변한 게 없었다. 그건 저주가 아니었던 거다.
이제서야, '문제'가 뭔지, 조금, 아주 조금 알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