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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3 22:59
한 때는 희망이었던 사람.
지지했고, 비판했고, 실망도 했지만
그래도 '그 자리에서 나름의' 최선을 다했을 것이라고 여길 수 있었던 사람.

'명복을 빈다'는 말이, 너무나 한심하고 무기력하게 느껴지지만
부디,
편히 눈감으셨기를...
 


2009/05/20 23:41
1. 우리나라에서도 잘 나가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옛날에 내가 죽은 집'을 읽었다. 개인적으로 그의 소설들을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이 책에 대해서는 무어라 할 말이 없다.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이 썼대도 별로 이상하지 않은, 그만의 색깔이 묻어나지 않는 글이라서. '백야행'과 '비밀', '용의자X의 헌신' 등에서 줄곧 보여왔던 그 느낌이 없다. 중간쯤 읽어내려가니 대충 뭔 내용인지(즉 반전이 뭔지) 뻔히 알겠고, 그렇다고 해서 풀어나가는 기법이나 전개방식이 새롭지도 않다. 미야베 미유키의 최근 소설들을 보면서 특유의 날카로움이 무뎌졌단 생각을 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도 별반 다르지 않은 듯. (아니었으면 좋겠지만 지켜봐야 알겠지.)

옛날에 내가 죽은 집 - 6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영미 옮김/창해

2. 신변에 중대한 변화가 생겨서 정신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2주간 그랬고, 앞으로도 1~2주 정도 그러할 듯 싶다. 처음에는 세상을 다 얻은 양 한없이 기뻤건만, 실제적인 문제들에 부딪히고 부딪히다 보니 예민해져서 그냥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 중. 신경을 하도 쓴 탓인지 몸이 고장나고 있음. 피부도 뒤집어지고, 감기도 걸리고, 살도 빠지고. 살 빠지는 문제는 정말 포기해야지 싶다. 아! 감기는 정말 제대로 걸렸는데, 다들 조심하시기를. ㅠㅠ     

 

3. 감성적 글쓰기가 왜 이렇게 쥐약인 건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지금 수준에서 낼 수 있는 답이라곤 역시 ‘너그럽지 못하기 때문' 외에는 없는 것 같다. 나 자신에 대해서도 그렇고, 타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어느 정도의 빈틈 정도는 웃으며 받아줄 수 있는 그런 여유, 지난 날의 실수(내가 했든  혹은 그 반대든)에 대한 최소한의 용서도 내게는 아직 버거운 일이다. 내게 있어 탈출구는 읽기밖에 없는데. 지금보다 더 많이 읽으면, 관대해질 수 있을까. '긍정'할 수 있게 될까.    

4.
요즘 들어 사고의 흐름이 매끄럽지 않음을 곳곳에서 느낀다. 엄한 곳에서 뱅뱅 돌기도 하고, 논리적으로 비약하는 일도 잦다. 그래서 한동안 손 놓고 있었던 철학책 읽기를 다시 하기 시작했다. 특정 철학자의 이론이 지금 당장 이러한 사고 경색에 트임을 주거나 하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읽는 동안에는 강제적으로라도 생각을 멈추지 않게 되니까. 참 고통스러운데, 외면할 수 없는 학문이랄까. 스스로의 철학적 지형이 얕음에 새삼 좌절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나저나 지젝을 읽는 한 3은 영영 물건너 갈 듯.

2009/05/13 20:57
제목 그대로, 최근에 읽었던 책 3권에 대한 이야기. 이렇게 모아서 글을 쓰는 건,언제나 그렇듯 개별 포스트로 담을 만큼이 아니라는 생각에서임. 


1. 행복한 만찬
소설가 공선옥씨가 쓴 음식 에세이.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소박한 먹을 거리들에 저자만의 추억을 담아 질박하게 풀어냈다. 간간이 코끝을 시큰거리게 하는 에피소드들도 등장하고. 하지만 별로 공감은 안 된다는 게 안타까움. 내 부모님 정도의 세대라면 모를까. 미역국이 생일과 명절 때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는 저자의 경험이 그저 낯설다. 하물며 쌀밥은 오죽하랴. '행복한 생장을 거친 먹을 거리'의 소중함을 알리고 싶어 썼다는 의도가 그리 와닿지는 않는다. 상상으로나마 이해해 보려 하기에는, 저자의 언어가 칼 같다. 음식 귀한 거야 알지만(그러려고 노력하지만), 그 오래된 기억으로 강요당하는 것 같아서. 

행복한 만찬 - 6점
공선옥 지음/달

2. 기독교 도상학의 이해
올해 들어 처음으로, 끝까지 읽지 못한 책. 도상학, 그러니까 시대에 따라 그림을 필두로 하는 예술 작품에 새겨진 코드를 읽어내고자 하는 분야에 대한 호기심으로 샀던 책인데, 읽다 지쳐 포기했다.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라 그림이 작고 또 흑백이다. -_-; 글만 읽어서는 뭔 말인지 모르겠고, 그렇다고 책 뒤에 실려 있는 작은 흑백의 이미지에 의존하기에도 어렵다. 서양 미술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라면야 별 어려움 없이 읽어내려갈 수도 있겠으나, 눈 뜬 장님 수준인 내게는 버거웠음. (커흑) 그래도 글 자체는 나쁘지 않다. 

기독교 도상학의 이해 - 6점
앙드레 그라바 지음, 박성은 옮김/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3. 인간이라는 야수

범죄심리학자인 토마스 뮐러가 쓴 책인데, 약간 실망. 역시 아직까지는 이 분야에 있어서 로버트 레슬러의 책 만한 글은 없는 것 같다. 그다지 새로운 이야기들도 아니었던 데다가, 이러한 종류의 책에 기대하는 것, 즉 범죄심리학자가 현장 내지 실제 인터뷰에서 겪은 (다른 사람이 도저히 할 수 없는) 생생한 경험담에 무게중심이 실려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례도 빈약하고, 인터뷰 등에서 범죄심리학자만이 발휘할 수 있는 것들도 크게 다루고 있지는 않다. 그냥, '토마스 뮐러'라는 범죄심리학자가 있다, 그리고 그는 어떠한 과정을 거쳐 왔다, 는 뭐 그런. 정리하자면 범죄심리학자로서의 토마스 뮐러 탄생기, 쯤 되겠다. 

인간이라는 야수 - 6점
토마스 뮐러 지음, 김태희 옮김/황소자리


덧) 범죄심리학, 내지 범죄 자체에 대한 책 추천 받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굵직한 사건들을 다룬 책이라면 더욱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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