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시작한 게 10월 말. 12월 정도부터 제대로 애정을 쏟기 시작했으니 나는 블로그력(歷)이 고작해야 석 달 정도 된, 초짜 블로거다. 그러나 내 블로그가 그렇게 북적거리는 편은 아니다.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아서 유감인데, ‘블로그는 싸이와 다르기 때문에 블로그 내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려면 스스로의 블로그에만 열중하지 말고 다른 사람의 블로그에 열심히 댓글을 달아라’라는 어떤 분의 포스트를 본 기억이 난다. 그렇게 따지면 나는 참 게으른 편이다. 댓글을 잘 안 다는 습성이 있는 토양이.
오늘, 나의 이 게으름에 대한 좋은 핑계(!)가 될 만한 일이 하나 있었다. 어떤 분 블로그에 갔다가 우리나라 농촌에 시집온 동남아시아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사돈, 처음 뵙겠습니다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불편해진다는 그런 글을 봤다. (관련 글 링크) 나도 평소에 공감하고 있었던 내용이라 모처럼^^ 모르는 사람 글에 댓글을 달았다.
조금 전에 확인해 보니 친절하게 이런 댓글이 달려 있었다. (티스토리는 친절하게도 댓글알리미 기능이 있어서..이것도 얼마 전에 깨우친 거다.- -; ) 그리고 나는, 블로그 주소 등도 없어서 일단은 누군지 모르는 저 댓글을 기준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래. 내가 오해할 수도 있게 댓글을 축약적으로 단 건 인정한다. 그리고 ‘농촌의 가부장적 풍토’라는 문구나 ‘사회 전체적인 접근’ 뭐 이런 어구가 보는 이에 따라 거슬릴 수도 있고 이에 반대할 수도 있는 일이다. (전혀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나는 농촌’만’이 가부장적이라고 한 적은 없다. 해당 프로그램은 어디까지나 농촌을 무대로 설정하지 않았는가. 만약 도시의 사례가 방송에 들어 있었다면, 위와 같이 제한된 표현으로 기술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내가 본 정도 내에서 그런 사례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농촌과 도시’ 혹은 ‘한국 사회’ 내지 ‘여느 사회’ 정도로 표현했겠지.
또한 가부장제 자체가 근대 이후에 갑자기 불쑥, 나타난 사회 제도가 아닌 이상 장점과 단점을 비롯해 역사적이고도 중층적인 측면이 존재한다는 것 역시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가부장제 자체와 가부장제 풍토(혹은 문화)는 구별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일 뿐이다. (굳이 이 글에서 구별 기준까지 썰풀고 싶지는 않다.)
마지막으로, 내가 ‘사회 전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라고 했던 건 이 문제가 비단 농촌의 가정들이 개별적으로 끌어안고 있는, 즉 ‘저들끼리 알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왜 여성들이 유독 농촌의 남성과 결혼하려 하지 않는가? ‘농촌 남성과 결혼하는 일’이라는 표현과 행위는 우리나라에서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왜 해당 현상이 여성들 사이에서 기피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 보다 큰 관점에서 접근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었으며 학문적으로 접근할 수도 있고 정책적으로 다가설 수도 있다. 이것은 어느 한 개인이나 집단을 비하해서도 안 되고 몰아붙인다고 나아질 것도 아니다. 우리 사회가 급속하고도 약간은 일그러진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생겨난 그늘 중 하나가 현재의 농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우리 모두가 사회 전체의 발전과 사회 구성원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목적 의식을 갖고 고민해야 하는 문제, 라는 거다.
....이런 식으로 다시 댓글을 달까 생각하다가 관두기로 했다. 애초에 내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표현과 사고를 알아서 창조해 내어 저런 댓글을 다는 사람한테 성의껏 댓글을 달아보아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어서. (뭐, 그렇게 읽혔다면 어느 정도는 내 책임일 터이나.) 나는 국가가 금전으로 보상하라고 한 적도 없고, 농촌을 비하한 적도 없다. 거기다가 내 댓글을 보고 심지어(!) ‘경멸’의 뉘앙스를 느꼈다면 그건 그 나름대로 대~단한 독해법이다. 나 같은 일반인은 언감생심 배울 수도 없을 수준이다. (오해 마시라. 배우고 싶을 리 없지 않은가.) 달아놓은 말 마따나 무슨 말인지 모르겠으면, 댓글을 단 나의 미숙함을 지적하고 의미를 좀 더 구체적으로 밝히도록 제시했어야 하는 게 맞다.
백 번 양보해서(사실 해야 할 필요성도 못 느끼지만) 그렇게 읽혔다고 쳐도, 어째서 해결책은 미혼일 경우 내가 ‘모범적’으로 농촌 남성과 결혼해야 하는 걸까?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말았을 정도로 알 수 없는 사고 알고리즘이다. 쓸데없이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놀라운 재주.
누군가의 의견이 나와 다르든, 혹은 그에 불쾌감을 느꼈든, 상응할 만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려면 우선 기본적인 예의부터 갖추고 볼 일이다. 얼굴도 모르는 타인에게 역시 자신을 감추어 가며 불필요한 짜증을 던져주면 자신은 쾌감을 느끼나? 그런 식의 마스터베이션을 하려면 조용히 혼자 하면 될 것을. 변태를 만났을 때나 느낄 법한 짜증과 거의 동급이다, 이건.
덧) 그래도 블로그 돌아다니기가 재미있어지고 있는 참이긴 하다. 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