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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0 15:25

신문을 보니 정년퇴임하시는 김수행 교수의 후임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는 모양입니다. 없을 수가 없겠지요. 우리나라에 마르크스 경제학을 양지(!)에서 소개하고, 오랫동안 교단에 몸담아오셨던 분입니다. 김수행 교수님은 자신의 후임으로 마르크스 경제학 전공자를 뽑아줄 것을 요청했지만 경제학과장(이영훈 교수. )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투표에 맡겼다는군요. 현재 서울대 경제학부의 교수는 모두 29명. 그 중 마르크스경제학 전공자는 김수행 교수 단 한 명. 투표 결과는 불 보듯 뻔한 거 아니었겠습니까. 민주주의 절차를 오용한 대표적 사례 중 하나가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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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행 교수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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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행 교수님 약력(홈페이지 캡처)

이 때문에 경제학부 대학원생들이 김수행 교수님의 후임에 관해 학내 곳곳에 호소문을 붙였다고 합니다.
(이 호소문의 전문을 보시려면
foog님의 블로그로!) 몇몇 언론에서도 이 문제를 다루고는 있지만 글쎄요. 아마 유야무야되겠지요. 참으로 분통터지는 일입니다.

대학이 지성의 상아탑 역할을 스스로 포기한 지는 이미 오래된 일이라 새삼 언급할 것도 없습니다만, 학문적 자유와 다양성의 통로마저 이렇게 자신들의 손으로 끊어버리는 것에 대해서는 실망을 금할 수 없을 듯 합니다. 세상에 언제나 옳고 바르기만 한 이론과 학문이 어디 있을까요? 대척점에 있는 또 다른 이론과 함께 논쟁에 논쟁을 거듭해가며 끊임없이 연구해야 발전하는 것이 진정한 학문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실로 애석하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김수행 교수님의 홈페이지에 있는 글을 복사해 왔습니다.
제목은, 나는 왜 아직도 '자본'을 강의하는가? 입니다. 만약 저작권에 문제가 있다면 바로 내리겠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대답은 "나는 '자본'을 사회과학서 중에서 가장 중요한 책이라고 생각한다"일 것이다. 그러나 이 질문에는 "1850년대의 영국경제를 분석하면서 맑스가 쓴 '자본'이 아직도 유효한가? 그리고 소련과 동구 등 현실사회주의가 몰락한 지금 '자본'은 무엇을 우리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가?"라는 추가적인 질문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좀더 자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현재의 사회가 자본가들의 이윤추구활동에 지배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한보사건에서도 뇌물을 주면서까지 이윤을 증대시키려 했고, 총파업을 야기한 노동법 개악이나 날치기 통과도 그 밑바닥에는 자본가들의 이윤증대욕이 자리잡고 있었음은 물론이다. 다시 말해 현재의 사회는 자본가가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다. 1850년대의 영국사회도 마찬가지로 자본주의 사회였다. 따라서 1850년대의 영국사회를 분석하면서 제시한 자본주의 사회의 운동법칙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자본'에는 그 당시 영국사회의 구체적 현상들이 많이 묘사되어 있지만, '자본'의 핵심은 가치증식을 목적으로 하는 자본에 관한 추상적인 지식을 제공한다는 점에 있다. 자본은 어떻게 자기의 가치를 증식시키는가? 유통과정에서는 사회의 총자본은 가치를 증식시킬 수 없기 때문에 생산과정에서 잉여가치가 어떻게 창조되는가를 분석한다. 기계나 원료는 자기의 가치를 새로운 생산물에 그대로 이전시키지만, 노동자는 임금을 받고 노동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생산물에 부가한다. 이 부가가치에서 임금을 뺀 것이 바로 잉여가치이며, 이윤의 원천이다. 노동가치설의 핵심은 이처럼 노동이 가치를 창조한다는 것에 있으며, 상품의 가치가 형성되는 과정은 기계나 원료의 가치가 생산물로 이전하는 과정과, 노동자가 새로운 가치를 생산물에 부가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에 있다.자본가는 보다 많은 이윤(또는 잉여가치)을 얻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부가가치와 임금 사이의 격차를 증가시키려고 노력한다. 부가가치를 증대시키기 위해 노동시간을 연장하든가 노동강도를 강화하며, 임금을 인하하기 위해 새로운 기계를 도입하여 노동자를 해고하든가 노동생산성을 상승시키든가 노동조합의 세력을 약화시키려고 한다.

위와 같은 자본에 관한 추상적인 이론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변형근로시간제를 도입한다든가 파견근로자나 임시근로자를 고용하려는 것은 어떻게 하면 임금을 보다 적게 주면서 보다 많은 노동을 시킬 것인가에 골몰하기 때문이다. 또한 과학기술혁명은 생산성을 향상시킴으로써 모든 사람들의 노동시간을 단축시키고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용되지 않고 오히려 노동자를 정리 해고하여 실업자를 양산하면서 취업자의 요구를 억압하는 방향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김수행 교수님의 사투리 섞인 걸걸한 목소리가 떠오르네요.
수업은 곧잘 빼먹었지만(토요일 1, 2, 3교시는 사실 무리입니다. ㅡ_ㅡ) 그래도 <마르크스 경제학>은 학부 시절 몇 안 되는 명강의였습니다.

김수행 교수님 홈페이지 : http://plaza.snu.ac.kr/~soohae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