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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0 17:51

일정 기간이 지나면 발작하듯 찾아오는 스시병(맛있는 스시가 먹고 싶어 몸살이 나는 것. - -)을 앓고 있는 토양이는 어제! 결국 오래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스시 효"에 찾아갔습니다. "스시 효"는 신라호텔의 일식전문점 <아리아케>가 국내 일식의 정점이라고 일컬어지던 시절, 주방장을 맡으셨던 안효주 씨께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4년 전에 오픈한 스시집입니다. 안효주 씨는 국내에도 유명한 만화 <미스터 초밥왕> 번외편에도 실명으로 등장하신 적이 있지요. (만화를 다시 보니 얼굴이 나온 건 아니고, 협조에 도움을 주신 분으로 나온 것이었음.)

이곳에는 딱히 메뉴판이 없습니다. 그날그날 들어오는 재료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냥 '스시 주세요'면 OK. 운 좋게도, 안효주 씨가 직접 스시를 쥐어주셨습니다. (꺄울~!)

가장 먼저 나온 챠완무시(계란찜). 단호박을 넣어 빛깔도 곱고 달콤한 맛이 은은하게 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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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 생맥주가 있다길래 시켰습니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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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물수건이 나왔어요. 역시 저는 따뜻한 게 좋습니다.

가장 먼저 나온 히라메(광어). 숙성을 거친 맛답게 감칠맛이 느껴졌습니다. 쫄깃한 식감도 좋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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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제철인 부리(방어). 기름이 잘 올라 있어서 농후하면서도 담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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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가 들어간 매생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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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 참치. 먼저 추우토로(중뱃살)입니다. 지방이 그물처럼 퍼져 있고 부드러웠습니다. 좋은 참치는 달콤하기까지 한데, 이곳의 참치도 질이 좋았습니다. 게눈감추듯 어느 새 뱃속으로 사라졌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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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레이(참가자미) 반 마리로 만든 스시입니다. 마가레이를 다시마로 싸서 불필요한 수분을 제거하는 동시에 다시마의 맛을 배어들게 한 기법이 사용되었습니다. 이 방법은 어떤 다시마를 쓰는지도 중요하지만 시간조절이 매우 중요해서 자칫하면 생선의 수분이 지나치게 빠져나가 퍽퍽해져버리기 때문에 쉽게 다룰 수 있는 방법은 아닙니다. 담백하면서도 은은하게 느껴지는 다시마의 감칠맛. 인상 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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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풀이 에러군요.- -


오오토로(대뱃살)을 적당히 구워냈습니다. 무엇으로 구웠는진 모르겠지만 향기가 아주 좋았습니다. 오오토로의 질도 상급. 소금을 뿌려놓아서 간장 없이 먹습니다. 무엇보다 놀란 것은 소금의 맛이었는데, 적당히 짭짤하면서도 결코 지나치지 않았고 식욕을 돋우는 그런 맛이었습니다. 안효주 씨께서 말씀하시길, 8년 간 간수를 뺀 소금을 사용하기 때문에 맛이 다른 거라고 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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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문어를 사용한 스시. 질기지 않아서 더욱 맛있었습니다. 문어의 질도 좋았겠지만 칼집을 솜씨 있게 넣은 탓이 더욱 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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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에서 공수한 이쿠라(연어알). 원래 이쿠라는 제 입에는 좀 짜서 잘 먹지 않았지만 이곳의 이쿠라는 알맞은 농도의 짠 맛이었습니다. 알이 입 안에서 터질 때마다 나오는 진한 그 맛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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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나왔던 미소시루. 부추의 향이 어우러져 더욱 맛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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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에비(단새우)와 우니(성게)의 조합! 뭐가 뭔지 모르겠는 그런 맛있음이었습니다. 그저 머릿속이 아찔하던걸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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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바시(관자). 역시 향이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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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힌 아와비(전복).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먹어보았던 아와비 스시 중에서는 단연 최고였습니다. (큐베에의 아와비 스시는 날것이었기 때문에 비교 불가) 달콤함, 감칠맛, 담백함, 부드러움이 한데 어우러진 극상의 맛이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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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고(붕장어). 츠유를 겉에 바르지 않은 아나고 스시는 처음이었는데, 먹고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달콤하면서도 적당히 짭짤하고, 입에 넣는 순간 화악- 하고 퍼져버리는 부드러움. <스시 효>의 아나고 솜씨도 절대 큐베에에 뒤지지 않습니다. 이것으로만 1인분이 다 나와도 먹을 수 있을 그런 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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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전갱이). 이 외에도 비린내가 심해서 다루기 까다로운 빛깔 재료들도 더없이 맛있었습니다. 한국 사람 취향에 맞게 비린내를 많이 없앴고 빛깔 재료 고유의 부드러운 맛은 잘 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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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미 즈케. 아카미(참치살) 역시 피비린내가 좀 나서 그냥 먹기에는 우리 입맛에 잘 안 맞는다고 하는데, 즈케로 처리해서 조금도 냄새가 나지 않았습니다. 간장 맛이 적당히 배어 있는 아카미는 정말 입 안에서 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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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요리(학꽁치). 담백하고 부드러워서, 아카미 즈케 뒤에 먹으면 맛이 잘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했는데 조금도 그렇지 않았어요. 아카미 즈케의 다소 묵직한 맛을 씻어내주면서 다시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훌륭히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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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받은 스시 중 하나. 시샤모 알을 이카(오징어)에 채워넣어 만든 스시입니다. 시샤모 알이라면 평소에도 환장(- -;)하는지라, 보기만해도 그저 흐뭇. 고소한 시샤모 알과 담백한 이카의 조화. 뭐 더 이상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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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건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네요. 안효주 씨의 말에 따르면 홋카이도에서 온 아이스크림 조개라고 합니다. 입 안에서 아이스크림처럼 녹는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다는데, 정말 사르르 녹아 없어집니다. 씹을 일도 별로 없어요. 생조갯살이 어쩜 저리 부들부들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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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얘는 뭐였지? - -;;
(포스트 발행 후 생각났다는. 부리(방어)를 살짝 구운 것입니다. 연하디연한 소고기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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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마키. 그나마 저는 입이 작아서 젤 작은 꼬다리 부분을 주신 거였어요. 저걸 한 입에 넣고 먹어야 맛있다고 해서, 억지로 우겨넣어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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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절에는 맛보기 힘든 신코(전어사리)! 보통 4~6월에만 잡을 수 있는 생선입니다. 이게 커서 가을 전어가 되는 건데, 작년 4월에 잡은 것을 잘 보관해두었다가 조금씩 아껴쓰신대요. 저게 한 마리 통째 분량이에요. 누리기 힘든 호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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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가이(피조개). 쫄깃거리면서도 질기지 않았습니다. 다만 조개 특유의 향긋한 냄새는 좀 없더라구요. 살짝 아쉬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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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아이도 별미였습니다. 마 간 것에 작은 이카 (졸인 것)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가 있었어요. 마의 찰지면서도 부드럽고 달콤한 맛에다 졸인 이카의 짭쪼름하고 구수한 맛이 함께 느껴져서 참 맛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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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시의 대미를 장식한 시메사바(고등어초절임). 수분기가 좀 적고 생선의 맛과 향이 더욱 살아 있는 맛이었어요. 위에 얹어져 있는 것은 다시마입니다. 약간 쫄깃하면서 짭짤한 맛을 내는 다시마와 함께 먹으려니, 살짝 시큼하면서 부드러운 시메사바와 잘 어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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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우동. 시치미를 뿌린 모습입니다. 국물도 훌륭했지만 면발도 끝내줬어요. 우동만 놓고 보아도 어지간한 우동 전문점보다 나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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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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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캐안습 사진. - ㅜ 바로 위의 디저트를 찍자마자 카메라 배터리가 나가버렸다는. (두둥;) 이 다마고야키(계란구이)는 추가로 주문한 것이에요. 꼭 먹어보고 싶었음. 사실 다마고야키만 먹어보아도 그 집이 어느 정도인지 대강은 알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어떤 맛을 낼지 정말 궁금했거든요. 으아. 그저 맛있었을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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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스시 효>를 추천하고 싶은 까닭은 밥과 와사비에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스시의 생명은 밥에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밥에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으면서 생선 같은 재료에만 열중하는 그런 스시는 사실 별로입니다. (덕분에 전자를 스시, 후자를 초밥이라고 부르는 고약한 버릇도 있습니다. 대체로 한국에서 그런 경험을 많이 했다보니.) 밥과 재료가 입 안에서 한데 어우러져서 내는 맛의 조화야말로 스시의 본질이라고 강하게 믿고 있기도 하구요.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스시인만큼 유독 민감한 토양이입니다.)
 
안효주 씨도 밥에 많은 정성을 쏟고 계시더군요. 밥만 4시간 반 걸려 지으실 만큼. 스시는 밥이 70%라고 말씀하시기도 했구요. 또한 와사비의 경우, 그리 많은 양을 쓰지 않음에도 향이 (상대적으로) 살아 있고 코끝을 톡 쏘는 느낌이 강해서 어떤 와사비를 쓰시는지 여쭤봤더니, 시즈오카산 와사비를 베이스로 해서 섞어 쓰신다고 하더라구요. 생선 같은 재료도 물론이거니와 밥과 와사비를 소중하게 다루는 이곳의 스시. 정말정말 맛있었습니다.
(저보고 '미각을 즐기시는 분 같다'고 하셨다는.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얼굴 가득 맛있어서 행복하다는 티 팍팍 내고 있으니 원. - -; 얼굴에 감정 그대로 드러나는 건 어떻게 해도 안 고쳐지네요.)

물론. 아무래도 재료의 선도는 아주 살~짝,  '으음?' 하는 면이 있었습니다. (우니 등에서 좀 느껴졌음. 그리고 무엇보다 기준은 긴자 큐베에(!)일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밝힙니다. 여타 가게들과 비교하자면 월등히 좋은 질입니다. 어지간한 우니로는 저렇게 군함말이식이 아닌 방식으로 스시 못 만듭니다. 녹아내려요. 형태도 안 보이고.) 그렇지만 재료의 미세한 차이를 다양한 기법과 연구/개발을 통해 극복하고 계신 점은 정말이지 존경스러웠습니다. 추우토로 같이 본재료의 질적 차이를 워낙 타는 것들 말고는, 대체로 여러 방법을 써서 재료의 맛을 끌어내고 계셨어요. 우리나라에서 스시 먹고 이렇게 감동한 것도 처음이었습니다. (두어 차례 눈물이 나던데요. 맛있어서. - -) 1g의 망설임 없이 '장인'으로 부르고 싶은 분이었어요. 스시를 너무나 좋아하고 또 즐기고 계신다는 게 느껴지시는 그런 분이었습니다.

다만. 가격은....- -; 긴자 큐베에 런치와 비슷했습니다. 먹고 싶다고, 생각난다고 해서 아무 때나 거리낌없이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라는 게 안타깝습니다. - ㅜ 하지만 자금을 아껴두었다가, 스시가 생각나면 바로 이곳으로 가지 않을까 싶어요.


학동사거리에서 도보로 3분 정도 걸립니다. 전화번호는 02-545-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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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 앞/뒷면입니다. 약도가 자세하게 나와 있어서 올려요.



덧) 이 동영상은, 안효주 씨의 허락을 구한 후에 찍은 것입니다. 스시 쥐시는 모습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