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05 13:33
[일본이야기]
올해는 겐지모노가타리(源氏物語)가 탄생한 지 천 년째라고 하네요. 개인적으로 헤이안(平安) 시대의 상류귀족들의 문화(국학자 모토오리 노리나가(本居宣長)식 표현에 따르자면 ‘모노노아와레(物の哀れ)’ 같은 정취를 물씬 풍기는)와는 잘 맞지 않아서 이 책도 대강 읽었기 때문에 딱히 별도로 소개할 거리는 없습니다. 저는 헤이안 시대의 수도, 헤이안쿄(平安京)의 음습한 분위기를 훨씬 더 좋아합니다. (소설 ‘라쇼몽(羅生門)’의 시공간적 무대도 이곳입니다.) 학부 졸업 논문도 이와 관련해 썼을 정도로 말이지요. 전공은 현대사인 주제에. - -
여성에 의해 탄생한 일본 최초(맞나?)의 장편소설이자 헤이안 시대의 상류층 정서를 듬뿍 담고 있다고 평가 받고 있는 겐지모노가타리. 탄생 천 년을 맞이하여 교토와 교토상공회의소가 공동으로 창설한 겐지모노가타리 천년기념위원회는 웹사이트를 지난 1월에 개편하고 등장인물에 대해 인기투표를 하는 등 독자가 참가할 수 있는 사이트로 다시 태어났다고 합니다.
겐지모노가타리 천년기념위원회 웹사이트
어떻게 해서 올해가 딱 천 년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위원회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즉 저자 무라사키 시키부(紫式部)가 쓴 일기 중 칸코오(寛弘) 5년(1008) 11월 1일자에 ‘와카무라사키(わか紫)’나 ‘겐지(源氏)’라는 표현이 있는 점 등으로 미루어, 겐지모노가타리를 문헌 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 최초의 날로 정했다는 것인데요. 위원회는 올해 11월로 예정된 기념식 행사를 위해 캐릭터 씰을 만들거나 강연회를 여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지금 해당 사이트에서 ‘당신은 어느 여성에게 공감?’ 이라는 제목으로 등장인물 인기투표를 진행하고 있다(3월 31일까지)는 것입니다. 겐지모노가타리의 무수한 여성들, 그러니까 우츠세미(空蝉)를 비롯한 20명 가까운 여성 중에서 가장 공감가는 이에게 투표할 수 있습니다. 자국의 전통 문화를 소중하게 다룰 뿐만 아니라, 이렇게 오늘날 관심을 끌 수 있는 소재로 끌어올려 가치를 재발굴하고 있는 모습은 본받을 만하지 않나 싶네요. (다만. 지네나라 소중한줄 알면 좀 역지사지 정신을 발휘해줬으면 한다는. 얼마 전에도 우익 일부가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 자료관(WAM)’을 습격한 기막힌 일이 있었더랬지요.)
이 외에도 주변에 있는 남자 중에서 히카루 겐지(光源氏)의 이미지와 비슷한 인물의 사진 등을 보내는 ‘모여라! 전국의 히카루겐지’도 진행될 예정이라고 하네요. 해외의 남자들은 해당이 안 될는지.
(해당 사이트로 바로 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