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매년 이맘때가 되면 이제 곧 겨울이라는 것이 못내 두려웠다. 혹독하기만 한 계절. 더없이 가라앉고 움츠러드는 계절. 버티고 버틴다 한들 또다시 한 해가 시작될 것임을 잔인하게 새겨주는, 계절. 겨울마다 새삼스레 우울증을 앓았고 아직 오지 않은 이듬해의 우울증은 보다 극심하리라는 것만 짐작할 수 있었다. 모진 계절이 지나고 나면 다음 겨울이 오기 전까지 또 한 해를 눈 뜨고 고스란히 살아내야 한다는 것에 절망했다. 과연 이 삶을 어디까지 끌고 갈 수 있을지 아무리 더듬어보아도 뻗은 손끝조차 희미할 뿐인.
숨을 고르고 달력을 펼쳐 읽는다. 조금은 달뜬 마음으로, 또 약간은 서글픈 상태로. 어떤 섣부른 희망이라 불러도 좋겠다. 여전히 철들지 못한 채로 품는, 삶에 대한 어리광이어도 좋겠다. 그러나 다만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적어도 이번 겨울은 여러 이름으로 자리할 것이다. 다른 이름을, 줄 것이다. 네게는 그러할 자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