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그리고 A에게
책과잡담들 2011/07/19 00:57
겉으로는 별다를 것 없는 나날이다. 다만 말수가 줄었다. 원래부터 관심을 끄는 사안이 있거나 아니면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자리가 아닌 다음에야 주로 듣는 입장인 편이었지만 이젠 그마저도 힘을 다해 심장 밑에서 끄집어내는 느낌이다. 할 말도, 해야 할 말도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우울증 같은 것은 아니다. 말을 하고 있지 않을 때 곁에 머무는 고요함이 애틋해서, 자꾸만 입을 다물게 된다. 쥘 수 없는 말들을 뱉고 싶지 않아 지금은 가만히 혼자, 바라보고 또 바라본다. 침묵하는 시간들을, 그리고 그 결을 따라 흘러가는 생각들을.
언젠가 A는, 회사원 토양이가 퇴근 후 집에 돌아가 화장을 지우듯 가면을 벗어놓고 거울을 물끄러미 지켜볼 그 순간이 참 끔찍하게 여겨지면서도 궁금하다고 한 적이 있다. 짧게나마, 하루를 비로소 되사는 때일 텐데 최근 몇 달 동안은 그마저 다른 일들에 빼앗겼고, 덕분에 역겨움 지수도 가파르게 올라갔다. 책읽기고 글쓰기고 뭐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으니까. 말수가 줄어든 데에는 이런 이유도 있지 싶지만, 뭐랄까, 왠지 이 변화가 잠깐의 열병 같은 건 아니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어떤 병을 앓고 있는 중이라는 모종의 혐의만 있고, 이 병이 다 낫고 나면(그게 실제로 가능하다면) 그때에는 또 어떠한 모습일는지. 나는.
A 덕분에 더 나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한때 내게 순정한 연심을 품었다는 흠만 빼면 여러모로 대단히 훌륭한 친구다. 이제는 본인에게도 수치스러운 과거일 수 있겠으나 뭐 암튼 접어두고, 남의 말은 귓등으로 흘리는 나지만, 이상하게도 A의 말은 잘 듣는다. “너 자신의 인생에 대한 구제금융이라 생각하고 자전거를 타라”는 말에 제대로 타지도 못하는 주제에 계획에도 없던 자전거를 덜컥 샀고(물론, 사자마자 장마가 시작됐다), 누구에게도 말하기 어려운 역겨움과 고통을 호소했을 때 권해준 일련의 책들을 읽으며 어느 정도 잠재워가고 있다. 소소하게 도움 받은 것들을 이루 다 말할 수 없거니와, 무엇보다 A는 내가 기운을 낼 수 있게 해준다. 아무리 막막한 때여도, A와 이야기하고 나면 그래도 해볼 만하지 않을까 싶어진다. 사람 욕심만큼은 참 적지만, 이 인간과는 오래오래 벗 놀음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오랜만에 적는 이 글은, A에 대한 감사의 편지다. 보고 있나, 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