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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0 13:22
소설을 잘 읽으려 들지 않는 건, 거의 매번, 모종의 패배감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상상력과 문장, 단어 등에서 느끼는 (질투가 섞여 있는) 패배감이기도 하고,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타인의 세계에 가닿아야 한다는 열패감이기도 하다. 그 세계가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이라서기보다는, 그저, 내 세계가 아니어서이겠지. 결국은 의지와 관용의 문제이건만. 이러니 자의반타의반으로 히키코모리란 소리나 듣고 사는 것일 테고.

이번에 읽은, '비밀의 계절'도 그랬다. 그 시절의 미국 문화도, 그리스어나 라틴어도 모르면서 '20대 초반의 불안정함이란 다 그런 거야. 너도 모르는 거 아니잖아' 라든지 '그래, 나 역시 저런 친구가 있었던 것도 같네' 같은 수준에 지나지 않는 (저열한) 생각들을 가지고 겨우 읽어냈다.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문장과 문장을 따라가는 게 왜 이렇게 버거운지. 불쾌한 마음을 털어내기 위해 Crime Scene to Court를 펼쳐 몇 페이지 읽고 난 후 약간 나아진 걸 보면서 또 한 번 패배감이. 난, 정말, 소설이 싫어.

으아. 그래도 나름대로는 꽤 괜찮게 읽은 책이었는데, 글은 왜 이 따위야.

연말이고, 모레가 되면 문자 그대로 서른인데, 아무것도 내 이야기가 아니고, 그 무엇도 내 것이 아니다. 요즘 같아서는 그냥 복부에 C4 하나 차고 싶은 기분. 종일 끓어올랐다가 사그라들기를 수없이 반복하고, 있는대로 탈진한 상태에서 방에 틀어박혀 forensic 책 뒤적거리다가 미드를 1~2편 보고는, 그대로 잠드는 일상. 하루하루, 계속해서 무너져만 간다. 대체 얼마나 더 있어야 바닥이 보이는 걸까. 언제까지 이러고 살 거지?

..땡빚을 내서라도 일본에 다녀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