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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4 10:24
이제는, 실망하기 위해 보는 건지 아니면 무얼 위함인지 도통 모르겠는, 미야베 미유키의 책 '크로스파이어'. 1998년에 일본에서 초판된 책이, 이제서야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나왔다.

크로스파이어 1 - 4점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

, 결론부터 간단히 말하자면, 시시하다. 재미 자체는 그럭저럭 없진 않은 편이나, '미야베 미유키'가 작가임을 떠올린다면 실망감이 급상승.이 책이 나온 이듬해, 그러니까 1999년에 '이유'라는 소설을 쓴 걸로 알고 있는데, 두 작품이 동일한 작가에게서 나왔다 믿고 싶지는 않다. 10년 전에 쓴 글이라 이모양이다, 라고 변호해 주기에는 그녀의 글들이 갖고 있는 편차가 너무 크다. 전반적으로 작품의 질이 고른 분포를 나타내지는 않는 듯. 이름만으로 덜컥 책을 사기에는, 무리가 있는 작가란 생각이다.

삭막한 도시와 메마른 인간들이 엉키고 달라붙어 만들어내는, 마치 오래된 회벽이 바스락거리며 부서지는 것 같은 그런 장면을, 미야베 미유키는 실로 능숙히 포착해내는 작가다. 그러면서도 희망에 집착하는, 참 재미 있는 사람인데. 그 과정을 집요하게 써내려간다는 점에서 마쓰모토 세이초와 닮은 듯도 하지만, 정말, 아니지 싶은 문장들이 더러 있다. 삶에 대한 일반적 훈계를 이렇게 노골적으로 할 줄이야. 

무엇보다도 나는 그녀가 제발 좀, 퓨전 형식의 글은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를 비롯해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있지도 않고 또 평생 닿을 수도 없는 그런 영역에 속해 있는 초능력자들을 끌어와 도덕에 관한  낡은 '썰'을 풀어놓는들, 대관절 그게 무슨 소용인가. 물론 장르소설들 중에서는 드물게 자체적인 세계관을 구현한 명작들도 있기야 있지만 미야베 미유키에게 그런 것을 기대하면 곤란. 그런데다 '선을 넘지 않는' 그녀의 문장은, 소재 자체도 시시하게 만들어 버린다. 치카코 아줌마 역시, 정말이지 '여러 모로' 깨는 캐릭터이고. 출간된 지 10년이 지난 구닥다리 퓨전 평작 소설을, 그저 '미야베 미유키'가 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온 것인지 싶어 뒷맛도 씁쓸했던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