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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20 23:41
1. 우리나라에서도 잘 나가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옛날에 내가 죽은 집'을 읽었다. 개인적으로 그의 소설들을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이 책에 대해서는 무어라 할 말이 없다.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이 썼대도 별로 이상하지 않은, 그만의 색깔이 묻어나지 않는 글이라서. '백야행'과 '비밀', '용의자X의 헌신' 등에서 줄곧 보여왔던 그 느낌이 없다. 중간쯤 읽어내려가니 대충 뭔 내용인지(즉 반전이 뭔지) 뻔히 알겠고, 그렇다고 해서 풀어나가는 기법이나 전개방식이 새롭지도 않다. 미야베 미유키의 최근 소설들을 보면서 특유의 날카로움이 무뎌졌단 생각을 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도 별반 다르지 않은 듯. (아니었으면 좋겠지만 지켜봐야 알겠지.)

옛날에 내가 죽은 집 - 6점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영미 옮김/창해

2. 신변에 중대한 변화가 생겨서 정신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 2주간 그랬고, 앞으로도 1~2주 정도 그러할 듯 싶다. 처음에는 세상을 다 얻은 양 한없이 기뻤건만, 실제적인 문제들에 부딪히고 부딪히다 보니 예민해져서 그냥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 중. 신경을 하도 쓴 탓인지 몸이 고장나고 있음. 피부도 뒤집어지고, 감기도 걸리고, 살도 빠지고. 살 빠지는 문제는 정말 포기해야지 싶다. 아! 감기는 정말 제대로 걸렸는데, 다들 조심하시기를. ㅠㅠ     

 

3. 감성적 글쓰기가 왜 이렇게 쥐약인 건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지금 수준에서 낼 수 있는 답이라곤 역시 ‘너그럽지 못하기 때문' 외에는 없는 것 같다. 나 자신에 대해서도 그렇고, 타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어느 정도의 빈틈 정도는 웃으며 받아줄 수 있는 그런 여유, 지난 날의 실수(내가 했든  혹은 그 반대든)에 대한 최소한의 용서도 내게는 아직 버거운 일이다. 내게 있어 탈출구는 읽기밖에 없는데. 지금보다 더 많이 읽으면, 관대해질 수 있을까. '긍정'할 수 있게 될까.    

4.
요즘 들어 사고의 흐름이 매끄럽지 않음을 곳곳에서 느낀다. 엄한 곳에서 뱅뱅 돌기도 하고, 논리적으로 비약하는 일도 잦다. 그래서 한동안 손 놓고 있었던 철학책 읽기를 다시 하기 시작했다. 특정 철학자의 이론이 지금 당장 이러한 사고 경색에 트임을 주거나 하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읽는 동안에는 강제적으로라도 생각을 멈추지 않게 되니까. 참 고통스러운데, 외면할 수 없는 학문이랄까. 스스로의 철학적 지형이 얕음에 새삼 좌절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나저나 지젝을 읽는 한 3은 영영 물건너 갈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