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08 03:42
[음식및기타]
영화 왓치맨(Watchman)을 봤습니다. 아- 최근 몇 년 동안 본 영화 중 단연 최고라고 망설임 없이 말하겠습니다. 심정적으로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일어서서 박수를 치고 싶을 정도였다는.
이 영화에 대해 들은 거라곤 '우울한 수퍼히어로 영화'라는 점,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는 점 정도가 전부였고, 원작에 대해서는 더욱 아는 바 없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보게 됐단 뜻.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와 검색을 해보니 '원작을 모르면 실망한다'는 평들이 좀 있던데, 개인차가 있지 싶네요.
왓치맨은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한 퇴물 히어로들의 이야기를 기본 골격으로 삼고 있습니다. 핵무기를 두고 벌이는 미국과 소련의 신경전, 케네디 암살, 달 착륙, 닉슨의 3선, 베트남전 등 미국 현대사를 아우르는 텍스트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다면 더욱 풍성한 영화 읽기가 가능합니다.
그렇습니다. 이 영화는 '보는' 영화이면서도 동시에 '읽는' 영화입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구요. 굉장히 다양한 층위의 이야기들을 포개고 얽어 놨기 때문에 마지막 엔딩 장면까지 집중해서 봐야 합니다. 장면, 음악, 설정, 어느 하나 계산되지 않은 게 없다고 여겨질 정도.
영화에 등장하는 히어로들, 즉 왓치맨들은 한 때 권력의 공인 하에 범죄자들을 징벌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 이후로 그들은 히어로로서 존재할 이유가 없게 됩니다. 이제 '적'은 히어로 개개인의 능력으로 섬멸 불가능한 규모로 치환되었으니까요. 왓치맨들의 활동을 종결시키는 법안도 통과되었고 하여, 이제 히어로들은 저마다의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왓치맨 중 하나였던 '코미디언'이 살해당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영화 왓치맨은 냉전 시대의 미국이라는 배경 속에서 수퍼히어로라는 가면을 쓰고 살아간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마다의 가면 아래에는, 추악하고 나약하고 어둡고 욕망에 가득찬 또 다른 내면이 꿈틀거리고 있죠. 이를 드러내는 방식도, 억제하는 수단도 역시 제각각이구요. 그리고 과연, 수퍼히어로만이 그러할까요?
사람마다 이 영화를 읽어낸 결과물이 조금씩 다를 것이라 생각되지만, 저 같은 경우 '과연 세계는 구원받을 가치가 있는가?'로 귀결되더군요. 그러하기에 로어셰크의 마지막 행동은 좀 아렸습니다. 언제나 가면을 쓰고 다니며 인간 이름인 '월터'가 아닌 '로어셰크'로 불리길 원했던, 교도소에서조차 가면에 집착하며 '인간 월터는 죽었다'고 하던 그가 닥터 맨해튼 앞에서 가면을 벗으며 죽이라고 했을 때, 형언 불가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히어로 정신에 입각해 인간으로서의 죽음을 맞이하려는 것이었으니까요.
제게는, 영화 스크립트를 꼼꼼하게 뜯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의 영화였습니다. DVD 나오면 꼭 살 거예요. 그전에 원작부터 정독해야 할 듯 합니다. 정말 간만에 '수작'이라고 평하고 싶은 영화를 봤습니다.
덧1)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이자 가장 또라이전쟁이라고도 생각되는 베트남전이, 신과 다름없는 '닥터 맨해튼'에 의해 1주일만에 끝났다는 설정은 암만 생각해도 개그입니다. 혼자 극장에서 낄낄대며 웃을 뻔 했다는. 참고로 베트남전에 대한 책으로는 George C. Herring의 'America's Longest War'를 추천합니다.
덧2) 사실 이 영화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은데, 좀 더 공부가 필요하기도 하거니와 스포일링 투성이가 될 것 같아서 꾸욱 참았음. ㅠㅠ
이 영화에 대해 들은 거라곤 '우울한 수퍼히어로 영화'라는 점,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는 점 정도가 전부였고, 원작에 대해서는 더욱 아는 바 없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보게 됐단 뜻.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와 검색을 해보니 '원작을 모르면 실망한다'는 평들이 좀 있던데, 개인차가 있지 싶네요.
왓치맨은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한 퇴물 히어로들의 이야기를 기본 골격으로 삼고 있습니다. 핵무기를 두고 벌이는 미국과 소련의 신경전, 케네디 암살, 달 착륙, 닉슨의 3선, 베트남전 등 미국 현대사를 아우르는 텍스트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사전 지식이 있다면 더욱 풍성한 영화 읽기가 가능합니다.
그렇습니다. 이 영화는 '보는' 영화이면서도 동시에 '읽는' 영화입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구요. 굉장히 다양한 층위의 이야기들을 포개고 얽어 놨기 때문에 마지막 엔딩 장면까지 집중해서 봐야 합니다. 장면, 음악, 설정, 어느 하나 계산되지 않은 게 없다고 여겨질 정도.
영화에 등장하는 히어로들, 즉 왓치맨들은 한 때 권력의 공인 하에 범죄자들을 징벌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 이후로 그들은 히어로로서 존재할 이유가 없게 됩니다. 이제 '적'은 히어로 개개인의 능력으로 섬멸 불가능한 규모로 치환되었으니까요. 왓치맨들의 활동을 종결시키는 법안도 통과되었고 하여, 이제 히어로들은 저마다의 삶을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왓치맨 중 하나였던 '코미디언'이 살해당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영화 왓치맨은 냉전 시대의 미국이라는 배경 속에서 수퍼히어로라는 가면을 쓰고 살아간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마다의 가면 아래에는, 추악하고 나약하고 어둡고 욕망에 가득찬 또 다른 내면이 꿈틀거리고 있죠. 이를 드러내는 방식도, 억제하는 수단도 역시 제각각이구요. 그리고 과연, 수퍼히어로만이 그러할까요?
사람마다 이 영화를 읽어낸 결과물이 조금씩 다를 것이라 생각되지만, 저 같은 경우 '과연 세계는 구원받을 가치가 있는가?'로 귀결되더군요. 그러하기에 로어셰크의 마지막 행동은 좀 아렸습니다. 언제나 가면을 쓰고 다니며 인간 이름인 '월터'가 아닌 '로어셰크'로 불리길 원했던, 교도소에서조차 가면에 집착하며 '인간 월터는 죽었다'고 하던 그가 닥터 맨해튼 앞에서 가면을 벗으며 죽이라고 했을 때, 형언 불가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히어로 정신에 입각해 인간으로서의 죽음을 맞이하려는 것이었으니까요.
제게는, 영화 스크립트를 꼼꼼하게 뜯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의 영화였습니다. DVD 나오면 꼭 살 거예요. 그전에 원작부터 정독해야 할 듯 합니다. 정말 간만에 '수작'이라고 평하고 싶은 영화를 봤습니다.
덧1)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이자 가장 또라이전쟁이라고도 생각되는 베트남전이, 신과 다름없는 '닥터 맨해튼'에 의해 1주일만에 끝났다는 설정은 암만 생각해도 개그입니다. 혼자 극장에서 낄낄대며 웃을 뻔 했다는. 참고로 베트남전에 대한 책으로는 George C. Herring의 'America's Longest War'를 추천합니다.
덧2) 사실 이 영화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은데, 좀 더 공부가 필요하기도 하거니와 스포일링 투성이가 될 것 같아서 꾸욱 참았음.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