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1/26 14:33
[책과잡담들]
오늘은 내게 아주 특별한 책 하나를 소개하고 싶다. 사랑하는 유선 이모가 쓴,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는 제목의 책으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신간이다. 음..정확하게 말하면 이모는 아니다. 내 어머니의 외사촌동생이라 나와는 5촌 정도인 것 같은데 워낙 족보 따지는 걸 다들 좋아하지 않아서 그냥 어릴 때부터 이모라 부르고 살았다. 그리고 외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내 어머니는 고모댁(그러니까 유선이 이모네)을 친정 삼아 의지하고 사셨다. 그래서 나도 유선이 이모네를 외갓집인 양 여기며 지내왔고.
올해로 서른 아홉이 된 유선이 이모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가 컴퓨터 공학을 공부하다가 장애인 보조기기 쪽으로 연구방향을 돌려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조지 메이슨 대학에서 특수 교육과 연구 교수로 재직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고, 예쁜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그냥, 이렇게만 써 놓고 보면 찾아보기 어렵지 않은 풍경일 테지만 유선이 이모의 삶이 보다 특별할 수밖에 없는 건, 이모가 뇌성마비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있다.
이모는 생후 신생아 황달로 인해 뇌성마비 장애를 갖게 됐다. 그래서 몸의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부자연스러운 면이 있고, 말을 할 때에도 불안정하고(나는 잘 못 느끼겠더라마는), 표정도 그렇다. 하지만 이모는 내가 아는 그 어떤 사람보다도 똑똑하고, 성실하고, 올곧고, 따뜻한 사람이다. 나는 이모와 있으면서 한 번도 우울하거나 슬펐던 적이 없었다. 언제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변에까지 나누어주는 사람이 바로 유선이 이모였으니까. (게다가 이모는 엄청난 주량의 소유자다. 같이 술 마시다가 두어 번 gg때린 적도 있다. 0_0; )
그러나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여성이 한국 사회에서 자신만의 삶을 꾸려나간다는 건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당장 학교 입학부터 시작해 취업과 결혼, 육아 등 모든 문제에서 벽에 부딪히게 되고, 이의 해결을 위한 인프라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결국 자기 혼자만의 힘으로 해내거나 아니면 가족과 같이 아주 가까운 주변 사람들의 전폭적인 도움이 있어야 하는데, 유선이 이모의 경우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이모는 정말 강한 사람이기도 하거니와, 이모의 가족들도 아낌 없는 사랑과 응원을 보냈다. 이모가 쓴 책에서도 나오지만, 이모의 어머니는 울릉도 트위스트로 유명한 '이시스터즈'의 일원이셨다. 그렇지만 이모가 뇌성마비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유선이 이모의 뒷바라지를 위해 연예계에서 은퇴했다. 이 외에도 이모의 가족들은 상상 이상으로 이모를 사랑했고 지지했다. 그 구체적인 사연들이야 내가 시시콜콜 말할 게 아니기도 하고, 책에도 나와 있으니 굳이 여기에 옮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쨌든 이모는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평생의 반려자를 만났고, 결혼도 했고, 두 명의 아이를 낳아 오순도순 산다. 그러면서 박사 학위도 땄고, 지금은 대학 강단에 선다. 이 모든 일이 가능했던 건 물론 든든한 가족이 받쳐주고 있었던 것도 크겠지만 무엇보다 이모 자신의 의지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모가 쓴 책의 제목처럼,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았다. 보다 나은 삶을 위해 힘들고 지쳐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노력한 결과물들이 이렇게 오롯이 쌓인 것이니까.
아는 사람의, 그것도 나와 매우 가까운 사람이 쓴 책을 블로그에 소개하려니 왠지 좀 기분이 이상하지만, 그저 내가 아는 사람의 이야기라 추천하는 것은 아니다. 이모와 이모의 가족들은 언제나 존경스러운 사람들이고, 사랑과 믿음, 그리고 의지와 노력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너무나도 잘 보여주고 있어서, 되도 않는 명언록이나 실용서보다 낫다고 생각해서다. (사실 실용서랑 비교하는 것 자체가, 면구스럽다.)
책에는 없는, 이모에 관한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하는 걸로 글을 마칠까 한다. 몇 년 전, 그러니까 이모의 첫째 아이인 하빈이가 4~5살 정도 되었을 무렵인 것 같은데, 이모가 하빈이와 함께 한국에 들어왔을 때 다 같이 모여 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 주변의 온갖 사물과 현상들에 대해 왕성한 호기심을 자랑하는 하빈이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나가떨어졌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왜?' '왜?' 가 원인이었는데, 당시 하빈이는 이모 동생이 하품하는 걸 보고 "삼촌 왜 하품해?"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왜 하품하면 눈물이 나?" "눈물은 어디서 나와?" "왜 눈물은 짜?" 등등 관련된 물음을 족히 7~8개는 쏟아내는 아이였다. -_-; 오죽하면 하빈이 앞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가만히만 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했었을까. 그런데도 이모는 하빈이의 이런 질문들에 단 한 번도 짜증을 내지 않고, 정말 다정하고도 꼼꼼하게, 때로는 서로 질문을 주고 받으면서 그 어린 아이와 몇 십 분 동안을 이야기해주었다. 하빈이가 만족해서 멈출 때까지 말이다. 이런 일이 하루에도 수 차례는 벌어진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이모를 보면서 '과연 난 나중에 저럴 수 있을까?' 싶었다. (아니, 수저통에 숟가락과 젓가락을 왜 따로 놓는지부터 시작해서 질문을 늘어놓는데, 정말 진빠진다;; ) 암튼, 이모는, 그런 사람이다.
매사에 노력하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 사랑받고, 또 사랑하는 법도 아는 사람. 남들이 기적과도 같다고 한 일을 해내는 사람. 그런 이모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듬뿍 담긴 책이다. 내가 이런 말 하면 객관성이 상당히 떨어지기야 하겠지만, 요즘같이 팍팍한 세상살이에 잠시나마 따뜻함을 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한다. ^^
올해로 서른 아홉이 된 유선이 이모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가 컴퓨터 공학을 공부하다가 장애인 보조기기 쪽으로 연구방향을 돌려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조지 메이슨 대학에서 특수 교육과 연구 교수로 재직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고, 예쁜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그냥, 이렇게만 써 놓고 보면 찾아보기 어렵지 않은 풍경일 테지만 유선이 이모의 삶이 보다 특별할 수밖에 없는 건, 이모가 뇌성마비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있다.
이모는 생후 신생아 황달로 인해 뇌성마비 장애를 갖게 됐다. 그래서 몸의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부자연스러운 면이 있고, 말을 할 때에도 불안정하고(나는 잘 못 느끼겠더라마는), 표정도 그렇다. 하지만 이모는 내가 아는 그 어떤 사람보다도 똑똑하고, 성실하고, 올곧고, 따뜻한 사람이다. 나는 이모와 있으면서 한 번도 우울하거나 슬펐던 적이 없었다. 언제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변에까지 나누어주는 사람이 바로 유선이 이모였으니까. (게다가 이모는 엄청난 주량의 소유자다. 같이 술 마시다가 두어 번 gg때린 적도 있다. 0_0; )
그러나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여성이 한국 사회에서 자신만의 삶을 꾸려나간다는 건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당장 학교 입학부터 시작해 취업과 결혼, 육아 등 모든 문제에서 벽에 부딪히게 되고, 이의 해결을 위한 인프라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결국 자기 혼자만의 힘으로 해내거나 아니면 가족과 같이 아주 가까운 주변 사람들의 전폭적인 도움이 있어야 하는데, 유선이 이모의 경우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이모는 정말 강한 사람이기도 하거니와, 이모의 가족들도 아낌 없는 사랑과 응원을 보냈다. 이모가 쓴 책에서도 나오지만, 이모의 어머니는 울릉도 트위스트로 유명한 '이시스터즈'의 일원이셨다. 그렇지만 이모가 뇌성마비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유선이 이모의 뒷바라지를 위해 연예계에서 은퇴했다. 이 외에도 이모의 가족들은 상상 이상으로 이모를 사랑했고 지지했다. 그 구체적인 사연들이야 내가 시시콜콜 말할 게 아니기도 하고, 책에도 나와 있으니 굳이 여기에 옮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쨌든 이모는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평생의 반려자를 만났고, 결혼도 했고, 두 명의 아이를 낳아 오순도순 산다. 그러면서 박사 학위도 땄고, 지금은 대학 강단에 선다. 이 모든 일이 가능했던 건 물론 든든한 가족이 받쳐주고 있었던 것도 크겠지만 무엇보다 이모 자신의 의지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모가 쓴 책의 제목처럼,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았다. 보다 나은 삶을 위해 힘들고 지쳐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노력한 결과물들이 이렇게 오롯이 쌓인 것이니까.
아는 사람의, 그것도 나와 매우 가까운 사람이 쓴 책을 블로그에 소개하려니 왠지 좀 기분이 이상하지만, 그저 내가 아는 사람의 이야기라 추천하는 것은 아니다. 이모와 이모의 가족들은 언제나 존경스러운 사람들이고, 사랑과 믿음, 그리고 의지와 노력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너무나도 잘 보여주고 있어서, 되도 않는 명언록이나 실용서보다 낫다고 생각해서다. (사실 실용서랑 비교하는 것 자체가, 면구스럽다.)
책에는 없는, 이모에 관한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하는 걸로 글을 마칠까 한다. 몇 년 전, 그러니까 이모의 첫째 아이인 하빈이가 4~5살 정도 되었을 무렵인 것 같은데, 이모가 하빈이와 함께 한국에 들어왔을 때 다 같이 모여 식사를 한 적이 있었다. 주변의 온갖 사물과 현상들에 대해 왕성한 호기심을 자랑하는 하빈이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나가떨어졌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왜?' '왜?' 가 원인이었는데, 당시 하빈이는 이모 동생이 하품하는 걸 보고 "삼촌 왜 하품해?"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왜 하품하면 눈물이 나?" "눈물은 어디서 나와?" "왜 눈물은 짜?" 등등 관련된 물음을 족히 7~8개는 쏟아내는 아이였다. -_-; 오죽하면 하빈이 앞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말고 가만히만 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했었을까. 그런데도 이모는 하빈이의 이런 질문들에 단 한 번도 짜증을 내지 않고, 정말 다정하고도 꼼꼼하게, 때로는 서로 질문을 주고 받으면서 그 어린 아이와 몇 십 분 동안을 이야기해주었다. 하빈이가 만족해서 멈출 때까지 말이다. 이런 일이 하루에도 수 차례는 벌어진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이모를 보면서 '과연 난 나중에 저럴 수 있을까?' 싶었다. (아니, 수저통에 숟가락과 젓가락을 왜 따로 놓는지부터 시작해서 질문을 늘어놓는데, 정말 진빠진다;; ) 암튼, 이모는, 그런 사람이다.
매사에 노력하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 사랑받고, 또 사랑하는 법도 아는 사람. 남들이 기적과도 같다고 한 일을 해내는 사람. 그런 이모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듬뿍 담긴 책이다. 내가 이런 말 하면 객관성이 상당히 떨어지기야 하겠지만, 요즘같이 팍팍한 세상살이에 잠시나마 따뜻함을 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