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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5 14:08
간만에 잡담.

꽤 오래 전부터 먹는 약이 하나 있는데, 이 약의 부작용 중 하나는 심장에 미미한 이상(?)을 일으킨다는 거다. '이상'이라고 표현하니 뭔가 심각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으며 가끔 가다 평소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여주는 정도. 개인적으로는 '덜컹댄다'고 표현하고 있지만.

그런데 참 재미있는 게, 내 심장의 이상동작이 연애 시에 느끼게 되는 그런 것들과 닮아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자면 상대방의 근사함에 마구 떨릴 때라거나, 모진 말을 듣고 가슴이 미어질 듯 아플 때라거나, 뭐 그런 순간에 심장이 움직이게 되어 감각으로 전해져오는 그 패턴과 아주 흡사하다. 아주 흡사한 정도가 아니라, 딱 그 느낌이다. 요즘은 증상이 예전보다 더 잦아져서, 이제는 감정이 생각과는 상관 없는, 그저 신체반응에 지나지 않는 그런 게 아닌가 싶을 지경.

그런데 이게 심장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거다 보니, 별 필요도 없는 그런 때에 찾아와서 사람 참 난감하게 하기도 한다. 멋진 남자가 지나가거나 뭐 그럴 때에 덜컹여주면 나름대로 하악하악 한 번 해주고 말 수도 있을 텐데, 콩나물국밥 앞에 두고 봄바람 난 스무살 마냥 두근거리면. 아무래도. 좀. 그렇다. 콩나물에게 반했나 싶은 게. 심지어 아침에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고르고 있을 때도 그러는지라, 무어라 말할 수 없이 허무하기도 하고. 하등의 상관관계가 없단 말이야.

그래도, 요즘처럼 바람 선선하거나 날씨 좋을 때에 덜컹이면 그래도 근사하게 가을을 즐기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잘 느끼지 못하던 것들을 느끼게 해주고 다시 보게 해주니 이 부분에는 감사해야 할지도. 저녁 노을 보면서 심장소리가 귀에 들리는 느낌. 그리 나쁘지만도 않다.


덧. 머리와는 전혀 별개로 몸이 보이는 반응이기 때문에 가끔은 혼자 헷갈릴 때도 있다. 콩나물국밥에도 덜컹이는 것과 시쳇말로 훈남이 눈 앞에 있을 때 덜컹이는 것의 차이가 전혀 없단 말이지. 즉, 진짜 그렇게 느껴서인지 아니면 또 약 부작용인지 이젠 나도 잘 모르겠…… 덕분에 훈남을 보아도 점점 무덤덤해지고 있는 토양이. 나 이런 식으로 더 메말라 가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