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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11 10:26
'피의 책' 이야기를 하기 전에 잠깐. 히가시노 케이고(히가시노 게이고)의 '악의'는 띠지에서 소개하듯 '용의자 X의 헌신'을 능가하는 반전이나 결말은 아니어서, 다시 한 번 띠지는 믿을 게 못 된다는 사실을 확인. 더군다나 이 소설은 예전에 드라마화된 걸로 본 적이 있어서 별반 감흥도 없었을뿐더러 드라마로 봤을 때도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내가) 보였던 걸로 기억.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음험한 내면은 언제나 단골 이야깃거리이지만 생각 외로 진부하다. 히가시노의 소설 중에서는 드물게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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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간만에 마음에 드는 호러소설을 읽었다. 영화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의 원작으로 알려져 있고 또 요즘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다고도 하는 클라이브 바커의 피의 책이다. 사실 나는 지금까지 일본 정서의 호러물이 좀 더 내게 맞는다고 생각해 왔는데, 그게 엄청난 착각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호러물이 이렇게 아름다우면서도 환상적일 수 있다니! 단순히 '호러'라는 장르로 이 책을 정의하는 것조차 송구스럽다.

여러 개의 단편들을 묶어 놓은 책인 까닭에 전체적으로 줄거리를 소개하기도 좀 그렇고, 또 각각의 단편들이 갖고 있는 색깔들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할 말이 그다지 많지는 않다. 다만, '호러물이 다 거기서 거기지 뭐' 하는 생각에 호러 소설을 좋아하면서도 즐겨 보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꼭 보시길. 이 책을 읽기 위해 들이는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다. 클라이브 바커의 뛰어난 상상력과 소름끼치도록 선연하고 또 담담하면서도 섬뜩한 묘사로 가득한 문장을 따라가다보면, 이토 준지 시리즈는 조잡하게 느껴질 지경이니까.

무엇보다 그는 '공포'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잘 알고 있고, 이를 다양한 장치와 이야기로 눈 앞에 재현해낸다. 스티븐 킹이 '나는 호러 소설의 미래를 보았다'고 바커를 평한 것에도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이번에 나온 게 '피의 책' 전부는 아니라고 하는데, 꼭 국내에서 완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호러에 영 젬병만 아니라면, 꼭 읽어보길 권한다. 왜냐하면, 당신도 '사람'일 테니까. 이 책을 읽고 나면 나와 당신의 내면이 좀 더 궁금해지고, 또 그만큼 두려워진다.

<이미지 출처: 인터넷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