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실 요즘만큼 이 단어가 신물나고 역겹게 쓰이는 때도 드문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는 기본적으로 이 단어를 좋아한다. 아니, 좋아한다기보다는 좋아해야 하고 또 보다 친숙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일정 정도 강제해 왔다고 보는 게 더 맞겠다. 이는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어느 새인가부터 정치는 (의미 없는) '선거'와 거의 동일시되고 있는 듯 하나, 나는 정치가 곧 삶의 방식 그 자체를 가리킨다고 본다. 인간이 인간과 함께 무리지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방식, 사회를 조율하는 방식, 이라고 풀이할 수도 있을 듯 하고.
그러나 정치는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방식'이기 때문에, 이 방식을 운영하는 주체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그 주체는 우리 인간이다. 인간이 보다 '인간답게' 살 수 있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 시스템, 을 '정치'라고 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이 시스템을 꾸려갈 수 있는 것인가. 어떻게 해야 정치를 일상에 투영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 스스로에 대한 물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이러한 문제에 대한 고민은 아주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고, 사실 마땅한 해답도 없다. 유독 좋아하는 엘리아데의 말을 빌리자면 인간은 신석기 시대 이후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지난 인류의 역사, 그리고 오늘날의 세계를 돌이켜보면 더욱 그러하다. 과연 우리는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지, 또 '인간다움'이란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를 생각한다면 특히나.
결국 나는, 이러한 문제들은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등과 같은 것으로 모아진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에 인문학이 적지 않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어느 샌가 우리 사회에서 인문학은 따분하고, 지루하고, 성공적인 삶에 별반 도움도 안 되는 그런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렸지만 말이다. 끊임 없는 사고와 성찰의 방법을 익히려면, 인문학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책 전반부에는 저자가 생각하는 현대 미국의 여러 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들도 담겨 있다. 저자가 논하고 있는 것들이 비단 미국에만 해당되는 건 아닌 까닭에, 이는 또한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적지 않은 생각과 고민 거리를 던져 주는 의미 있는 책이다. 원서를 읽어보진 못했으나 번역도 꼼꼼하게 잘 되어 있는 것 같다.(옮긴이 주석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역사 시대가 시작된 이후 유토피아가 도래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또한 앞으로도 그러할 거다. 그렇지만 보다 나은 삶, 인간이 보다 인간다울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꿈꾸고 또 노력할 수는 있다. 그리고 응당,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끄럽게도 나 자신이 지금 그러한 삶의 방식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렇지만 적어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좀 더 같이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두고 함께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도 말하고 싶다. 때문에, 감히 이 책을 권한다.
<이미지 출처: 인터넷 교보문고>
